책 <지적 행복론>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그렇다면 얼마나 많아야, 어느 정도 부자가 되어야 행복할까?
이러한 질문에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돈이 많으면 행복하지만, 소득이 일정수준에 다다르면 돈이 행복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래서 ‘소득 증가 ≠ 행복’을 이스털린의 역설이라고 부른다.
이스털린은 결코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여러 실험을 통해서도 드러났듯이 분명 돈이 많으면 행복하다. 하지만 어느 임계치에 닿으면 소득증가가 반드시 행복과 직결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임계치는 어느정도일까?
이스털린이 조사한 최근 미국의 데이터로 분석했을 때 연 소득 7만5000달러다. 원화로 바꾸면 매년 약 1억원의 소득이 발생하면 돈이 반드시 행복과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의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1940년대부터 평생 행복경제학을 연구하고 수많은 실험과 설문을 통해 이스털린은 결론을 짓는다. ‘일상적인 상황’이 행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이다.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또 그들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 ‘일상적인 상황’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세계 어디서든 일상적인 삶 대부분을 차지하고 사람들 스스로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상황이 바로 행복의 중요한 요인이었습니다”
그리고 세계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공통적으로 거론한 행복의 요건 세 가지는 바로 경제 상황(소득), 가정생활, 건강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가정생활, 건강은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행복’한데 경제상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왜? 돈도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여기서 이스털린은 아주 흥미롭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한다.
소득과 행복이 비례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정의 관계를 갖지만, 장기적인 추세에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왜?
그 이유는 바로 우리는 사회적 비교(social comparison)을 평생 하면서 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의 소득’만 증가하면 행복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벌어들이는 소득도 함께 변한다. 따라서 타인의 소득이 내 소득에 대한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항상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당신의 상황을 평가하는 사회적 비교를 한다
사람들이 특정한 상황을 평가할 때, 제각각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기준인 ‘준거기준’이 존재한다. 이 준거기준은 각기 다르다. 때문에 누군가는 1억이 행복인데, 누군가는 주변과 비교해 3억 정도는 있어야 행복한 것이다.
이러한 소득의 준거 기준은 소득과 함께 계속 높아지게 되어 있다. 물욕도 마찬가지다. 아이폰만 있으면 행복할 거 같았는데, 아이폰을 갖고나면 맥북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고, 맥북을 가지면 아이패드, 아이워치가 있어야 행복할 거 같다.
그렇다면 가정생활과 건강은 왜? 왜 소득과 달리 고고익선일까?
이유는 가정생활과 건강의 준거기준은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주로 과거, 개인의 과거 경험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개인 내 비교는 자신이 겪은 최선의 경험과 비교하여 평가하게 된다.
예를 들어서 2년 전에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 그런데 2년 뒤에는 완치가 되어서 건강해졌다. 행복도는? 높다. 매우 높다. 우리는 타인의 건강이 아니라 자기 개인의 일생에서 얼마나 더 건강해졌는가에서 행복을 느낀다.
가정생활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에는 피터지게 싸우던 부모 밑에서 자란 사람이 있다. 불행하다고 느꼈을 거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부모 금슬이 좋아졌다. 좋아도 너무 좋아서 가족이 너무 화목하다. 그러면 행복감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역시 개인 내 경험의 비교다.
이렇듯 건강과 가정생활의 준거기준은 개인의 과거 경험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타인과 비교하려고 해도 타인의 정보를 잘 얻기 어려운 요소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타인의 소득에 관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얻기 쉽다. 따라서 우리는 비교하기 쉽고 만족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건강의 준거 기준은 소득의 준거 기준 보다 훨씬 덜 변한다. 소득은 일반적으로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경력이나 호봉에 따라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건강은 쉽게 변하지 않는 요소다. 노화에 따른 건강약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소득보다 훨씬 오래.
때문에 준거기준이 잘 변하지 않으면 행복은 ‘현재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건강이 좋아지면 행복 수준이 높고, 건강이 나쁘면 행복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다. 현재 그대로!
그렇다면 답이 나온다. 우리가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 그 행복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에 집중해야하는 지 말이다. 가정생활과 건강을 위해 시간을 더 많이 쓰고 돈을 위해서는 시간을 덜 쓰는 것이 답인 것이다.
이스털린의 책 <지적 행복론>은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를 말하는 게 아니다. 건강과 가정생활을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한 것도 많다. 다만 앞으로 우리가 삶을 영위하면서 무엇에 더 무게를 두어야 하는 지를 역설한다.
P.S 결혼을 하면 행복할까?에 대해서 97세 노학자는 말한다. “결혼 그 자체가 부가적인 효과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요한 건 결혼을 하든 하지 않든, 파트너가 생기면 더 행복해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우리 N포 세대들이여 행복하기 위해서 연애하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