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y Joel - Piano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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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화장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화장을 지울 때 모습을 매일 봐야 하는 건 나인데 그때마다 싫으면 어쩌지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가스라이팅하는 방법을 택했다. 놀랍게도 지금의 나는 내가 정말 예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와 만난 모든 남자들은 안타깝게도 나에 의해 가스라이팅을 당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며 날 만났다. 만약 내 정신이 어떻게 된 것이라면 평생 이런 채로 살고 싶다.
어쨌든, 당신이 아무리 팜므파탈적인 분위기를 가진 아이였다고 해도, 한 번 직장생활을 해 본 여자에게서는 일종의 아우라라는 건 없어지고 마는 것이다. 예술가다운 분위기라는 것은 일 년 정도의 직장생활로는 없어진다. 커팅된 케이크 같달까. 케이크 위에 생크림을 부으면 그 상태로 굳어야 하는데 애써 굳은 것을 칼로 잘라내니 오히려 전보다 어색해지는 것이다.
그녀는 예술가다운 아우라란 어떤 집단에 소속되면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어떤 것이라 정의 내렸다. 그러니 확실하게 말해두건대, 당신이 그런 아우라를 가지기를 원한다면 안정적인 수입원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단기 계약직 일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그 후 예술적 면모를 갈고닦아,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 밤거리나 바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해라. 삶에 지쳐 그곳을 들른 정규직 회사원을 유혹해 마치 메디치 가문을 옆에 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들처럼 든든한 후원자형 연인을 얻으면 된다. 이렇게 보면 세상은 그리 가혹하지 않고 솟아날 구멍은 있으니 참으로 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 때 예술을 꿈꿨던 자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퇴근 후에 노트북 화면을 열고 새 파일을 연 후 어두워진 창 밖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을 나열하며 한 때 남김없이 연소하고 연기만 날리고 있는 예술혼이라는 것을 바닥에 끄적이는 것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놀이터 바닥을 나뭇가지로 긁으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처럼.
불꽃같은 인생을 살다 가려면 27살 전에 모든 혼을 불태워라. 이미 당신이 27살이 지났다면 당신이 음악을 한다면 빌리 조엘처럼, 미술을 한다면 고흐처럼, 문학을 한다면 하루키, 배우를 한다면 유태오처럼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라. 당신은 결국 성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당신을 사무치게 아프게 한다면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 당신의 작품집을 전 세계의 지하철역에, 공원 벤치에, 병원 대기실에, 카페에 두고 와라. 아흔아홉 명은 당신이 쓴 글이, 그린 그림이, 만든 음악이 낭비라고 해도, 그중 한 명은 반드시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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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27살에 죽어도 된다.
이미 해야 할 것을 다 해봤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안된다.
제발 제가 죽는 나이를 정해주세요.
그전에 퇴폐적으로 살아보게요.
애초에 겁이 많고, 하나하나 조심하는 나 같은 부류는 이미 글렀다.
아직 한 것도 없는데 죽기 싫다. 뭐라도 남기고 죽고 싶다.
다시 돌아간다면 취업을 하지 않을 것이다.
취업하면 그 속에서 보람을 찾고 나름대로 만족하면서 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취업할지 말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다른 건 없다. 당신이 예상한 그대로다. 그리고 평생 결핍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당신이 바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인가,
금요일과 토요일에 바에 가서 그 사람들이 불러주는 노래를 들으면서 자신의 과거의 꿈을 회상하고 있을까의 문제이다.
원래 인생은 별 것 없으며, 몰입할 거리를 찾아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일 뿐 별 다른 것이 없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할 것도 해야 할 것도 정해지지 않은 거대한 세트장 속에서 시간을 보낼 만한 것을 찾는 것일 뿐이다.
내가 스물세 살이 되는 해, 왠지 그만 살아도 될 것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뻔했고, 앞으로의 내 삶도 뻔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직 죽고 싶다는 확신은 없는데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으면 취업을 하면 된다. 그럼 그곳 사람들은 당신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그럼 그걸 열심히 하면 된다. 그걸 잘하기 위해서 고민하면 된다. 그러다가 하고 싶은 게 생기면 그걸 하면 되고 아니면 계속 일을 하면 된다.
어차피 사람의 생이란 끝이 있기에 끝나기 전까지는 가보는 것도 나름 괜찮은 선택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TopdlAgjdA4?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