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끝에서 남는 건 결국, 글 뿐.
오늘은 공식적으로 겨울이 끝나는 날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사계절을 세 달마다 나누어놓았다. 12월부터 2월은 겨울이다. 그러므로 2월 28일, 2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공식적으로는 겨울이 끝나는 날이다.
일주일 간 뉴욕 여행을 다녀온 후, 바로 헬스장에 등록했다. 그래서 2주가 조금 안 되는 기간 동안 매일 헬스장에서 운동을 했다. 그중 복근 운동과 힙업 운동은 빠짐없이 했다.
하얀색 롱패딩에 검정 비니, 검은색의 스마트폰 터치가 되는 장갑까지 써야 그나마 따뜻하게 집으로 올 수 있었는데 어제는 검정 숏패딩만 입고 집으로 왔는데도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비로소 겨울이 갔구나. 겨울은 나에게 있어 그 어느 계절보다도 힘이 든다. 힘을 내기 위해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무력감이라는 것이 나를 땅 속으로 끌어내려하기에 스스로를 지상으로 꺼내기 위해서 애써야 한다.
1월은 도쿄 여행을 가고, 2월은 뉴욕 여행을 가고 그 사이에는 딱히 무언가를 열심히 하지 않았다. 일도 쉬는 기간이었기에, 꼭 해야 할 일이 없었다. 난 그저 가족을 보러 가거나, 몇몇 행정상의 연수를 가거나, 직장에서 들으라는 연수를 가고 몇 번 출근을 했을 뿐이다.
나는 될 수 있으면 피곤하게 성실히 살고 싶지 않다. 매일 헬스를 가는 것은 내가 봤을 때 예쁜 몸을 가지고 싶고 둥글둥글한 얼굴이 아닌 샤프한 얼굴을 만들고 싶어서이지, 성실함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다. 힘든 걸 함으로써 뿌듯함을 느끼고 싶은 것도 아니다.
오로지 내가 되고 싶은 내가 되기 위해서다. 나의 모든 행위의 목적은.
뉴욕은 13시간 이상은 비행해야 도착한다. 그 사이에 나는 무라카미 류의 코인로커 베이비스라는 소설을 읽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이런 책을 쓰고 싶다며 극찬한 책인데 내 취향은 아니어서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 비행기가 착륙할 쯤에 세장 정도가 남았는데 다 읽지 않고 반납했다.
그래도 이 문장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성실한 여자에게는 매력이 없으므로, 나는 성실한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아.'
완벽한 여자도 되고 싶지 않다. 완벽한 글도 쓰고 싶지 않다.
완벽한 글을 쓰고 싶어 한 줄도 쓰지 않는 여자보다는
자신을 위한 글을 매일 쓰는 여자가 되고 싶다.
하루키는 처음으로 발표한 책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서 이런 말을 했다.
'완벽한 문장은 존재하지 않아. 완벽한 절망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하면 나는 한 줄도 쓰지 못할 것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겨울은 올해도 역시 끝나버렸다. 아니 끝나버릴 것이다. 3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든 고통과 행복, 슬픔과 기쁨은 결국 한데 뒤섞여 한낱 바람이 되거나 돌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쓴다. 그리고 나를 즐겁게 해 줄 무언가를 계속 찾으러 다닐 뿐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이 세상에서 해야할 전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