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은 끝이 아닌 시작.

ㄱ에서부터 0에서부터 (Back From 0)

by 연하

이왕 타락할 거면 빨리 하는게 좋다. 그래야 후회가 덜 하다.

인생은 타락 전과 후로 나뉜다. 타락 후가 진짜 인생이다.

나는 10대와 20대 전반부까지를 날려버려 몹시 아쉬우므로 후반전을 불태우기로 한다.


타락은 끝이 아닌 시작.


2년 전 취업 준비할 때는 다들 날도 좋은데 쳐박혀있길래 돈 벌고 싶었는데

내년엔 일을 그만 둘까 생각 중이다.

사람들이 죄다 평일에 일을 한다고 갇혀있으니 난 하기 싫단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벌 때까지만 잠깐 일하려고 했는데,

교감이 임상장학 협의회 하면서 “선생님들 앞으로 최소 30년은 더 하실 거잖아요.” 할 때 속으로 ‘아닌데’하면서 날 쳐다보길래 가만히 있으면 속이 다 들킬까봐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의 교사자격증이라는 건 아이러니한게 자격을 인정해줄거면 잠깐 그만뒀다가 다시 와도 인정을 해줘야하는데, 한 번 나가면 끝이다. 이정도 파워를 가진 자격증을 위해 청춘을 갈아넣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존나 이해가 안됐지만 주변에서 못살게 굴길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속자고 하는 마음으로 했는데 역시 이번에도 내가 맞았다. 인생이란 어쩌면 계속 속다가 끝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울로 이사를 해서 아침부터 오후 2시정도까지 글 쓰고, 오후에는 춤 배우고, 저녁에 웨이트랑 러닝하고 그렇게 일단 6개월 정도 살기로 해본다. 퇴근 후에 서울가서 춤배우라는 말은 헛소리다. 체력이 남아돌아야 왕복 3시간을 하지. 한 번 해봤는데 다음날에 지각하고 환불했다. 어쨌든 이 동네는 춤학원같은 것도 없다. 대구랑 똑같다. 아니 대구가 더 나은 것 같기도.


어쨌든 진짜 끌리는 순수예술계통의 남자들은 하나도, 아니 걔넨 나를 만나고 싶단 생각도 안하고, 나의 직업 타이틀만 보는 애들만 꼬이는게 좆같다. 내 정체성을 교사로 보고 온 애들과는 다 끝이 안좋다. 혼자 망상해놓고 지생각이랑 달랐다고 한다. 교사를 그만두면 내가 만나고 싶은 애들이 꼬이게 될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루 중에 좋은 시간 다 일하면서 걔네가 자기 삶 사는 걸보면 억울해서 못참겠다. 왜 이렇게 살고 있지란 생각이 든다. 알바도 이제보니 괜찮은 것 같다. 어쨌든 임용합격이란 거는 하도 불합격한걸로 개무시를 해대길래 증명하려고 한거니까. 이런 애라는 걸 진작 알았더라면 좀 더 즐겁고 외롭지 않게 살았을 텐데.

이제라도 막살아야겠다. 근데 막살기에는 이 직업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너무 안전해서 재미가 없다. 로스쿨을 가기위해서, 뭔가 계획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이건 아닌 것 같아서 그만 두었다로 시작하는 건 대한민국 기준으로 꽤 독창적인 삶이 될 것 같다.


어쨌든 예전이나 요즘이나 여전히 왠만한 조까라 정신 없이 못사는 인생을 사는 사람들에게 끌리는 건 별 수 없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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