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아이슬란드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아마도 작년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방에서 받았던 감동이라든지, 30대가 되기 전에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하고 싶다는 열망 등이 만들어낸 선택일 것이다. 여행 시기는 회사 일정과 아이슬란드 계절 등을 고려하여 6월 초, 여행 기간은 열흘 정도로 잡았다. 아이슬란드는 여름(6~8월)이 여행 성수기인데 그 시기에만 접근이 허용되는 다양한 트래킹 코스와 관광지들 그리고 비교적 따듯한 날씨 때문일 것이다. 대학 동기 중 마음이 맞는 형이 있어 두 명이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아이슬란드 여행 준비는 다른 곳과는 사뭇 달랐다. 가장 큰 이유는 여행 방식에 있었다. 해외여행이라면 배낭여행만 다녔었는데, 이번 여행은 캠핑카를 타고 아이슬란드 1번 도로 (ring road; 아이슬란드 외곽을 순환하는 도로)를 일주하는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 남한과 가장 비슷한 크기의 영토를 가진 나라로 링 로드의 길이는 약 1800km 정도이다.) 따라서 우리가 결정해야 할 첫 번째 중요한 선택은 어떤 차를 고를 것인가였다. 우리의 요구 조건은 2가지였다. 하나는 저렴한 가격, 다른 하나는 캠핑 장비 대여. 다행히 대다수의 아이슬란드 여행객들이 링 로드 투어를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 요구 사항에 맞는 렌트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Go Camper라는 곳에서 가장 저렴한 2륜 Camper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캠핑장에서 보니 4~5군데 정도의 캠핑카 대여 업체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선택한 Camper는 Dacia라는 르노 그룹 소속 루마니아 자동차 회사의 차로, 2명에 최적화된 경제적인 모델이었다. 보험 포함하여 하루에 2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수동 변속에 특별한 난방장치랄 것도 없었지만 9일 동안 훌륭한 우리의 집과 차가 되어 주었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한 번쯤 2륜과 4륜 자동차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는데 만약 여름 링로드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면 2륜 차로도 충분하다. (내륙 트래킹을 준비하고 있다면 4륜이 필수)
링로드 투어를 함께했던 2륜 Camper
다음으로 현지에서 먹을 한국 음식을 준비했다. 링로드 투어에 있어 한국 음식 준비는 2가지 이유에서 중요하다. 하나는 아이슬란드의 살인적인 외식물가이다. 인건비가 비싸고, 대부분의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는 데다 부가세 세율도 우리나라 대비 높기 때문에 현지에서 외식물가는 정말 타 추종을 불허한다. 우리도 여행 기간 중 3번 정도 외식을 했는데, 싸게 먹는다고 먹어도 한 끼당 평균 10만 원 정도는 나왔던 것 같다. 두 번째 이유는 여행의 특성상 간단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요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컵밥, 컵라면, 통조림 등을 많이 준비해 갔는데 여행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큰 식도락을 선사했다. 가격도 마트 같은 곳에서 사면 굉장히 저렴하기 때문에, 여행 출발 전에 최대한 많은 음식을 준비해 가는 것을 추천한다. Bonus, Netto 등 현지 마트에서의 식료품 가격은 한국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양념 같은 것을 미리 준비해 간다면 꽤 그럴듯한 한국 음식도 가능할 것이다.
출국 전 준비한 한국 음식들
여행 출발 전 미리 예약해야 할 투어 등도 알아보았다. 아이슬란드는 가이드 투어가 굉장히 활성화돼 있는데, 몇몇 관광지의 경우 전문 가이드 없이 입장이 불가능한 곳도 있다. 링로드 일주에서 유명한 투어는 스카프타펠의 빙하 관련 투어, 얼음 동굴 투어 그리고 달빅 과 후사빅의 고래 투어이다. 각 투어마다 이용 가능 시기가 정해져 있는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이목을 끌었던 얼음 동굴 투어는 여름에는 불가능했다. 거의 모든 투어 업체가 편리한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기에 우리는 현지에서 일정을 봐 가며 투어를 예약하기로 했다. 유일하게 출발 전 예매한 곳은 블루 라군이었다. 에메랄드빛을 자랑하는 온천으로 반드시 출발 전 예매를 추천한다. 예매를 하게 되면 입장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야 하는데, 시간의 경우 현지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물론 이메일을 주고받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다.) 또한, 블루 라군을 이용 예정이라면 셔틀버스보단 렌터카를 통한 이동을 추천한다. 셔틀버스 비용이 왕복 5만 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는 여타 여행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환전, 숙소 예약, 여행자 보험 가입, 여행정보 수집 등이다. 아이슬란드는 신용카드 사용을 위한 인프라가 굉장히 잘 돼 있기 때문에 많은 현금을 들고 갈 필요는 없다. (유료 화장실 입구에 카드 단말기가 있을 정도) 하지만 정말 간혹 있을 예외 상황을 대비하여 어느 정도의 현금은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캠핑장을 이용 예정이라면 샤워시설 중 동전만 받는 곳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아이슬란드 여행 후 오로라를 보고 왔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는데, 백야가 지배하는 여름의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는 자취를 감춘다. 오로라는 극지방 어느 나라를 가도 볼 수 있지만, 아이슬란드에는 아이슬란드만의 특별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낯선 흥분이 이끄는 아이슬란드 여행을 적극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