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왜?
2025. 09. 25
카톡 업뎃을 굳이 안하다가
도저히 못쓰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궁금증에 수동으로 업데이트를 해보았다.
올해 한 가장 큰 실수중에 하나다.
2025. 09. 27
겁나 빠른 황소
카톡 업데이트에 대해 각자의 직무적 시각으로 많은 글들이 올라온다. 나는 그냥 소비자의 시각으로만 이야기하고 싶다. 뭐 비즈니스 관점에서 대전환이 긍정적이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등 모두 동의하는 의견이고 어쩌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도 들긴하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은 다른 거 아닐까. 마침 약속시간도 남았겠다, 그냥 소비자로서의 생각을 남겨봄직 해서 남겨본다.
처음 카카오의 목표는 유저 10만명 만들기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10만을 넘어 백만, 천만을 금방 넘어섰다.
당시는 기존 메신저를 모두 네이트온이 장악한 상태였다.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네이트온을 사용했다. 그러다 스마트폰이 시작되며 모회사의 사정으로 네이트온이 스마트폰과 괴리되며 카톡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카톡은 당시 공짜로 문자를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선풍적인 인기였다. 당시 네이트온에서는 PC로 문자로 보내는 기능이 있었지만 카톡은 네이트온과 문자를 한꺼번에 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사용자가 몰리자 자연스레 서버가 무거워졌고 사용자가 많아지며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있었다. 자연스레 소비자 불만이 강해질 무렵, 틱톡(tic toc)이 새롭게 떠올랐다. 빠른 속도와 간편한 UI는 출시 3개월 만에 사용자수가 6백만명에 달하며 당시 2700만 유저를 보유했던 카톡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당시 카톡이 '국민앱'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이고 아직 피쳐폰 사용자도 많았던 때이기에 카톡은 빠르게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겁나 빠른 황소 프로젝트', 당시 3G환경에서도 틱톡과 같이 빠르게 메신저를 보낼 수 있자 사람들은 다시 익숙한 카톡으로 돌아왔다.
이후 몇년 뒤, 검찰의 카톡 검열 논란과 함께 이른바 '텔레그램 망명'이 유행한 적도 있었다. 이떄도 일상의 편안함 때문에 카톡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번 업데이트에 대한 불말이 틱톡의 대두나 사이버 망명 때와 비교해 분명 더 큰 위협이라 볼 수는 없다. 심지어 카톡의 점유율도 굳건하다. 사실상 전국민이 모두 카톡을 쓰는 상황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지금 불만인 사람들도 곧 적응해서 사용할 것이다.
다만 큰 차이가 있다면 2011년과 2014년에는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 층이 카톡 사용을 이끌고 있었다. 카톡은 당시 스마트폰 시대를 상징하는 이름이었고 당시 젊음을 주도하던 밀레니얼 세대를 상징하는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민이 카톡을 사용하다보니 자연스레 어린 세대들이 인스타그램DM등으로 소통을 한다고 한다. 싸이월드가 사라져버린 이유에는 스마트폰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것도 있었지만 기존에 싸이월드를 주로 사용하던 연령이 자연스레 높아지던 이유도 있었다.
싸이월드로 젊은 사람들이 소통을 한다고하니 어른들이 많아졌고 직장 상사와 교수님의 일촌 신청은 받기도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젊은 세대는 페이스북으로 옮겨갔다. 그러나 페이스북도 2016년 이후 뒤따라온 어른들이 줄을 서며 정치 이야기를 했고 젊은 세대는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다.
지금의 20대가 인스타그램 DM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이해할만 하다. 특히 카톡으로 업무 소통을 하는 곳이 늘어나며 젊은 층에서는 카톡 자체에 대한 거부심리도 커져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카톡은 가족이나 직장 상사하고만 대화하는 창구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그런가하면 30~50대를 기준으로 해봐도 카톡에 대한 여러가지 불평들이 많이 쌓였다. 지금의 카톡은 점유율은 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높아졌지만 트렌드와는 비껴나간 모습이다. 사실 쓰는 사람이 10명일 떄와 100명일 때의 불평불만은 산술이 아닌 기하처럼 많아진다. 특히 무거워진 앱과 여기저기 붙은 광고 덕에 소비자들은 예전부터 좀 더 가벼운 카톡을 항상 요구해왔다.
그러나 바뀐 방향은 카톡의 인스타그램화였다. 메신저라는 본분과 SNS라는 지향점은 소비자들을 갸우뚱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정작 요청했던 가벼워진 카톡이 아니라 더욱 무거워진 카톡이 내일을 반긴다. 차라리 단체문자를 갠톡으로 보낼 수 있는 단체문자 기능이나 멀티프로필을 반대로 꼬아 지정하는 사람에게만 개별 프로필을 노출할 수 있는 기능을 유료로 출시했다면 어땠을까.
이전에 실패했던 카카오스토리도 프로필에 대한 스토리를 보려면 강제로 이동하는 것으로 많은 비난을 당했는데 카카오스토리를 융합한 것보다 반응이 더 좋지않다.
특히 거래처나 회사 사람 등 업무관계로 주로 엮인 카톡에서는 자신의 프로필이 원치 않는 누군가들에게 계속 노출된다는 것이 굉장히 큰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또 피드로 뜨는 것을 이용해 자영업이나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의 광고성 프로필도 피드를 덮고 있다. 결국 친구란은 쳐다볼 이유가 많이 없어졌다. 이전에도 지역 커뮤니티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전적이 생각나는 지점이다. 결국 카톡을 사용했던 소비자들은 메신저 + 선물하기 같은 편의기능에는 호응했지만 지역 커뮤니티나 소셜 네트워크 등의 확대는 내내 거부해왔다. 그래서 카톡에 오래 있었던 개발자나 디자이너, 기획자들이 이번 업데이트를 반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바꾸려면 모두가 바꿔야하는 메신저 특성상 대규모 이탈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저 불편하고 욕이 나와도 지난 달처럼, 어제처럼 카톡을 계속 쓸 것이다. 그래서 이번 업데이트도 강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차피 바꾸려면 5천만이 한번에 이탈해야 의미가 있으니 말이다. 지금 카톡 사용자가 5백만명이 줄어든다고 해도 어차피 다시 돌아올 5백만이라고 여길지도 모르겠다. 여태까지 그러했고 지금은 정부 기관에서조차 알림톡으로 카톡으로 주고있으니깐.
그러나 점유율이나 수익과는 별개로 10년 전처럼 카톡이 트렌드를 이끄는 모습은 이제 기대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그때는 쨍한 노랑이 혁신과 변화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구태와 욕심의 상징처럼 생각되는 것처럼.
2010년대 초반, 젊음의 상징이었던 겁나 빠른 황소는 이제 화려하지만 늙고 병든 황소가 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2025. 09. 30. 그리고 오늘의 생각
카카오톡이 결국 친구 탭을 원래대로 원복하기로 발표하였다.
한 사람이 평생 먹을 욕을 지난 주말에 다 먹은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면
원복하는 것이 개발 일정 등을 고려해 4분기 내에 진행한다고 한다.
본인들이 옳았다고 생각하고 도박수를 내었다면 그대로 밀고나가고
아니면 깔끔하게 이전 상태로 원복하는 게 좋겠지만..
실질적으로 아직 4분기가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4분기 내라는 말은 공허하게 들리는 측면도 있다. 이번에 개편된 기능에 대해 소비자들이 적응하고 향후 소식 탭으로 갔을 때에도 활용할 수 있게끔 만드려는 정책적인 의도와 광고 계약이나 제품 신뢰도 같은 현실적인 의도도 있겠지만.
뭐라고 해야할까. 이럴거면 왜?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만약 카카오만의 SNS를 만들고 싶었다면 기존에 유기된 카카오스토리를 되살리는게 오히려 낫지 않았을까. 카카오스토리가 왜 고꾸라졌는 지 살펴보는 게 먼저일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