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morebi Oct 30. 2021

무능력

Incompetence


 혹시 해 뜨는 게 무서워서 잠 못 이룬 적 있습니까?

새벽이 무서운 게 아닙니다. 자정이 돼도 정신은 멀쩡하고 눈은 건조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두웠던 하늘은 점점 짙은 파란색을 띄우고 어느덧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립니다. 창밖에는 차를 시동 거는 소리가 점점 들리고 사람들이 하나 둘 출근하는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그러다 보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흐르는 시간이 무서워 얼른 눈을 질끈 감아버리곤 합니다. 제가 생각했던 흐름이 달라지는 게 무섭습니다.


 옷을 사놓고 한 번도 안 입어본 적 있습니까?

옷이란 나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입냐에 따라 나의 외모가 바뀐다고 말할 정도로 큰 날개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내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장소를 정해주기도합니다. 하나의 예로 미국에서는 꿈을 이루기 위해 꿈에 가까운 복장을 입고 다니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당연히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하고 더 큰 리스크를 얻는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는 의지의 뜻이라면 최선을 다한 사람에겐 위로의 말만 전할 수 있는 다른 꿈을 알려주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꿈도 아닌 장소도 아닌 거울도 아닌 옷을 산다면 이건 안 입어도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이 옷을 왜 샀냐는 겁니다. 제가 생각했던 의미가 사라지는 게 무섭습니다.


 꿈이 사라질까 걱정해 본 적이 있습니까?

꿈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어릴 땐 유독 많이 바뀌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대통령이었다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무조건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다가 히어로 영화를 본 날이면 내가 초능력자가 돼서 세상을 지키고 싶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 돼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꿈을 만들어 봤습니다. 내가 어른이 돼서 세상을 구하진 못해도 모든 사람이 아닌 몇 명이라도 좋으니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공감을 사고 슬픔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비밀이 없어졌고 모든 걸 꿈에 기대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제가 토해냈던 감정에 비해 냉정했고 싸늘한 침묵만이 돌아왔습니다.

한마디로 반응이 나빴습니다. 지금은 이 꿈 말고 다른 꿈을 생각하는 게 두려워집니다. 사실 두려워할 틈이 없습니다. 나의 감정이 드러나면 꿈이 달아날까 봐 눈치를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매일 다른 밤마다 다른 꿈을 꾸며 일어나지만 꿈이 도망갈까 무섭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마음속에 흔들리는 모든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