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이면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기차를 타고 2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곳에 둥지를 틀고 계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목소리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른의 음성. 퇴근 후 집에 들어와 휴대폰 속 ‘내 사랑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녀딸 전화를 언제나 유쾌하게 받아주는 내 할머니. 오늘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많은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할머니, 엄마랑 삼촌 낳아줘서 고마워.”
가끔 할머니와 내가 이번 생에 가족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까 상상해본다. 할머니처럼 나이 먹으며 늙어가고 싶은 나에게 그녀가 내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었을까 또 한 번 할머니 존재에 대해 소중함을 느낀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어른이자 신랑 다음으로 찐하게 사랑하는 내 사랑 할머니, 할아버지. 앞으로 많은 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색종이 색을 골라 자르고, 접고, 붙여가며 카네이션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향기 나는 카네이션은 아니지만, 풀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깔끔하지는 못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게 그렇듯이 오래도록 늘 같은 자리에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