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봉희 May 08. 2020

간절한 소망을 담은 색종이 카네이션

 어버이날이면 제일 먼저 전화를 걸어 듣고 싶은 목소리가 있다. 기차를 타고 2시간을 넘게 가야 하는 곳에 둥지를 틀고 계신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목소리다.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삶을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어른의 음성. 퇴근 후 집에 들어와 휴대폰 속 ‘내 사랑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손녀딸 전화를 언제나 유쾌하게 받아주는 내 할머니. 오늘 나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많은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할머니, 엄마랑 삼촌 낳아줘서 고마워.”

  

 가끔 할머니와 내가 이번 생에 가족으로 만나지 못했다면, 내 삶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었을까 상상해본다. 할머니처럼 나이 먹으며 늙어가고 싶은 나에게 그녀가 내 할머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처럼 살 수 있었을까 또 한 번 할머니 존재에 대해 소중함을 느낀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어른이자 신랑 다음으로 찐하게 사랑하는 내 사랑 할머니, 할아버지. 앞으로 많은 날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색종이 색을 골라 자르고, 접고, 붙여가며 카네이션을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향기 나는 카네이션은 아니지만, 풀 얼룩이 여기저기 묻어 깔끔하지는 못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내게 그렇듯이 오래도록 늘 같은 자리에서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해드리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친구가 되어주는 당신이 있어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