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이맘때쯤 처음으로 책방에서 진행하는 수업을 들었었다. 내가 그린 그림으로 만든 엽서를 외출할 때마다 꼭 챙겨 다녔던 그때. 지금보다 더웠던 그날, 하얀색 반팔 티셔츠에 잔스포츠 핫핑크색 백팩을 메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부천역을 향했다. 부천역에 도착해서 내비게이션 어플에 책방 이름을 입력했다. 오른손에는 목적지를 입력한 핸드폰을 쥐고 어디쯤일까 끝나지 않는 궁금증을 따라 걷고 또 걸었다. 여기쯤인가? 아닌가? 좀 더 가야 하나? 가까워질 듯 가까워지지 않았던 곳.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정말 놀라울 만큼의 리액션과 해피바이러스를 지닌 사람. 동그란 안경이 참 잘 어울리는 남자 배우의 팬이라며 이야기하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였다. 누군가에게 이리도 찐하게 빠져들어 있는 그녀의 순수한 모습에 반했고, 수업이 끝나자마자 그녀가 써 내려간 문장이 가득 담긴 책과 그녀의 눈과 입술에서 하트를 발사하게 만든 배우의 책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그녀에게 다가가 책을 내밀며 사인을 부탁한 뒤 집에서 나서기 전 챙겼던 내 그림엽서를 선물했다.
아무에게나 엽서를 주지 않는 내가 처음 본 그녀에게 홀딱 빠져들어 처음으로 낯선 사람에게 엽서를 주었다. 그리고 엽서를 받은 그녀는 나를 감동시켰다. 내 그림에 웃어주고 기뻐해 주는 사람이 많긴 했지만, 그녀처럼 방방(트램펄린)을 타는 기분으로 세상 제일 신남을 가득 담아 좋아해 주는 이는 없었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했다.
그녀에게서 엄청난 해피바이러스가 감염되어 집으로 가는 길.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 덕분이었을까. 그날따라 내 꿈을 향해 성큼 나아간듯해서 너무 행복했다. 그 이후 내 삶에 그녀가 머물기 시작하고 많은 순간 위로를 받고, 힘을 얻는다. 앞으로 많은 날 그녀가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웃는 일이 늘어나고, 하는 일이, 하고자 하는 일이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도 3년 전 그녀가 싸인과 함께 남겨준 메시지에 대한 약속을 꼭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살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