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하지 않는 1편 쓰는 법과 절단신공 비법 전수.
이제 독자들을 만날 1화를 써보자!
시놉시스를 아직 쓰지 않았다면 한 번에 성공하는 시놉시스 쓰는 법을 읽고 오길.
시놉시스 없이 시작해도 좋다.
그래도 제목, 장르, 작품 소개, 키워드, 등장인물 정보는 적어둬야 한다!
이제 막 달리기 시작한 선수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써야 하는 건 장편이다. 중간에 나가떨어지지 않으려면 나침반 정도는 챙기는 게 좋다.
웹소설 독자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제목, 표지, 작품 소개에 이끌려 1화를 클릭하게 만들었다면, 내 소설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온갖 미끼를 던져야 한다.
작품 분위기가 진지할 수도 있고 유쾌 발랄할 수도 있다. 그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지루해서도 안 되고 어려워서도 안 된다. 이 소설을 읽을까 말까, 고민 중인 1화 독자에게는 더더욱!
작품의 첫인상은 1화다.
1화에 모든 것을 갈아 넣어야 한다.
1화의 성공은 손쉽게 확인 가능하다.
2화 조횟수를 보면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1화와 2화 조횟수가 똑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조횟수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면 위험 경고등이 켜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10화쯤 끝내주는 반전이 있다고?
15화에 진짜 재미있는 사건이 터진다고?
다 소용없다. 1화에서 매력 어필하지 못하면 독자는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가장 흥미로운 장면부터 시작하자.
비슷비슷한 소재에 지친 독자들의 뒤통수를 칠만한 신선한 사건을 터뜨려도 좋다.
곧 흥미진진한 모험이 벌어질 거란 암시를 풍기자.
남녀 주인공을 만나게 한다든지, 주요 등장인물의 대립부터 시작해도 좋다.
그 매력 터지는 장면을 장황하게 설명해서는 안 된다. 시각적인 묘사와 쫄깃한 대화로 보여 주고 들려줘야 한다.
클리셰를 무조건 나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독자들이 원하니까 작가도 쓰는 거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등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이야기에는 클리셰가 함유되어 있다.
남발하면 독이지만, 쏙 빼버리면 소금 안 친 곰탕처럼 밍밍하다.
완벽해 보이는 로맨스 소설 남주에겐 말 못 할 상처가 있다. 그걸 이해주는 건 여주 뿐이고 남주와 여주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판타지 주인공은 평범하거나 찌질한 삶을 살다가 세계 최강자가 된다. 악녀든 악한이든 나쁜 놈은 결국 비참한 꼴로 무너진다.
장르가 정해졌다면 결말은 반쯤 써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독자들이 원하는 건 ‘이 세상 것이 아닌 신선함’이 아니다. 사실 그런 신선함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독자는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원한다. 결말에서 주인공이 사랑에 실패하고 악인에게 패한다면? 그건 새로움이 아니라 결말까지 읽어준 독자에 대한 배신이다.
작가가 요리사라면
클리셰는 빼기 어려운 식재료다.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과 양념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 달라진다.
자신만의 솜씨로
익숙함과 낯섦을 버무리자.
클리셰를 어떻게 요리하느냐가
작가의 실력이다.
모든 소설은 주인공이 이끈다.
독자는 주인공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움직인다.
주인공은 소설의 심장이다.
심장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없듯, 매력적인 주인공 없이 성공하는 소설은 없다.
주인공은 쉬지 않고 뛰어서 소설의 모세혈관까지 활력을 공급해야 한다.
특이한 능력, 숨겨진 비밀, 독특한 버릇 등등 주인공을 꾸미는 요소는 많다. 신인 작가도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다.
끝내주는 주인공을 만들었다고 해도 이 부분을 간과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바로 감정이입!
1인칭이든 3인칭이든
주인공은 독자가
감정 이입할 만한 인물이어야 한다.
독자는 주인공이 되어 허구의 세계를 누비고 싶어 한다. 함께 고난을 이겨내고, 목표를 쟁취하고 싶어 한다.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한 독자는 완결까지 달려줄 가능성이 크다.
그러자면 일단 공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주인공의 소망과 목표가 명확할수록 공감하기 쉽다. 판타지 주인공이라고 해도 우리 사회와 현실을 반영하는 일면을 가져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친구 삼아도 좋을 애’, ‘특이하지만 어딘가 끌리는 애’, ‘미친놈 같은데 궁금한 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주인공도 사고칠 수 있다. 한 순간의 실수로 불구덩이에 빠질 수도 있다. 무슨 짓을 하든 독자가 납득할 만한 당위성이 있어야 한다.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주인공을 민폐쟁이로 만들면 안 된다. 팔랑귀도 안된다. 우유부단해서 조연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주인공?
독자들이 정말 싫어한다.
주인공이 조금 나오면 독자들은 흥미를 잃는다. 악역 보여주고, 조연들 챙기는 것도 좋지만 주인공 분량은 지켜줘야 한다.
한 편에 너무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도 금물이다. 특히 1화에 조연을 여러 명 등장시키지 말자.
어차피 독자는 기억해주지 않는다.
작가에겐 엄청 중요하지만 독자들은 별 관심 없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세계관이다.
현대물이라면 작품 배경이나 주인공 과거사쯤 되겠다.
많은 작가가 세계관을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종족 설정, 국가 별 권력관계, 대륙 지도 등으로 시놉시스 태반을 채우는 작가도 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장편을 쓰려면 이야기의 토대가 되는 배경이 단단해야 한다.
단지 그 배경을
1화에 구구절절 설명하면
큰일 난다는 거다.
1화를 본 독자 중에 완결까지 읽어줄 독자가 얼마나 될까?
이 소설을 읽을지 말지 결정도 못한 독자에게 궁금하지도 않은 배경 설명을 때려 넣으면 안 된다.
제발 ‘제국력 000년, 땡땡땡 대륙에서 뿅뿅 종족과 빵빵 종족이…’로 시작하지 말자.
‘피 말리는 입시를 치르고 대학생이 되었지만, 학자금 대출과 아르바이트로 이어진 나의 삶은 고시원 벽처럼 짙은 잿빛이었다’ 이런 것도 그만두자.
독자는 그 세계의 역사에 관심 없다.
주인공의 뻔한 과거도 마찬가지다.
설명충, 설정충이 되는 우를 범하지 말자.
꼭 설명해야 하는 배경이라면 사건 중간중간에 맛깔스럽게 삽입하자.
그래야 지루함이란 독을 피할 수 있다.
내가 첫 웹소설을 썼을 때 낭패 봤던 부분이다. 순문학과 웹소설의 큰 차이점이기도 하다.
나도 사이다가 왜 중요한지 몰랐다. 독자들이 고구마를 얼마나 질색하는지도.
카카오페이지에 데뷔작 론칭하고 처음 독자 댓글을 읽었다. 응원과 공감 댓글에 훈훈할 짬도 없이 내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갔다.
‘작가님. 대체 사이다는 언제 주시나요?’
‘고구마 남주 때문에 하차!’
‘고구마 구간 어디쯤 끝나나요? 스포 해주세요.’
등등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쏟아졌다.
고구마 구간이 뭐지?
남주가 그렇게 답답한 애였나?
물 한 모금 없이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독자들도 사이다를 찾으며 내 소설에서 떠나가고 있었다.
가지 마세요! 앞으로 잘할게요!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난 순문학에 익숙한 사람이었고, 갈등 해소는 클라이맥스에서 다루면 된다고 착각했다.
드라마틱한 클라이맥스를 위해서 갈등을 쌓는데만 집중했지, 독자들이 그걸 보면서 괴로워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독자들은 고구마를 싫어하고
사이다를 선호한다.
사는 것도 팍팍한데
취미로 보는 소설에서
스트레스받고 싶지 않은 거다.
독자 심정을 이해하지만 작가는 참 난감하다.
사이다가 있으려면 고구마가 필요하다.
갈등이 생겨야 해소가 될 것 아닌가. 악역이 나쁜 짓을 해야 처벌할 수 있는 거고.
남녀의 사랑도 오해가 풀렸을 때 돈독해진다.
하지만 독자는 고구마를 견뎌주지 않는다. 권 단위가 아니라 편 단위로 보는 웹소설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소설에서 고구마를 완전히 삭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오해, 고난, 갈등, 핍박, 막말 안에 오랫동안 몰아넣으면 안 된다.
독자들은 복수, 반격, 승리, 화해, 진실, 권선징악에 환호한다.
1편 1사이다는 불가능할 지라도 독자에게 고구마만 먹이지 말자.
고구마 구간이 길어진다면 소소한 사이다라도 터뜨려서 독자의 노여움을 달래 보자.
그래야 떠나가는 독자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수 있다.
절단 신공의 뜻은,
‘다음 편이 너무 궁금해서
읽지 않고는 못 배기게끔 만드는
엔딩 기법’이다.
웹소설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사용된다.
남녀 주인공이 키스하기 직전이라거나, 으슥한 곳에 숨어있는데 적에게 발각되었다든가, 모종의 결심을 하고 행동을 시작한다든가.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질 것 같은 기대’를 듬뿍 남기고 회차를 마무리해보자.
독자들은 서슴없이 다음 편을 결제한다.
연재 중이라면 작가의 마공에 감탄하며 다음 편을 써달라고 아우성친다.
절단 신공은 연독률, 매출과 직결되므로 능숙하게 다루는 게 좋다. 그러자면 회차 분량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1화 분량은 5,500자 내외로 충분하다.
네이버 정연이 7,000자 이상, 문피아가 3,000자 이상이지만 일단은 5,500자에 맞추자.
5,500자가 유료 연재 기본 분량이기 때문이다.
들쭉날쭉하게 썼다가 출간 때 수정하려면 등골 빠진다.
처음부터 5,500자 습관을 기르는 게 이롭다.
어떤 편은 2,500자밖에 안되는데 어떤 편은 8,000자가 넘는다고 한탄하는 신인 작가들을 많이 봤다.
왜 그런 걸까?
스토리 흐름에 따라 회차를 나누기 때문이다.
작품을 쓰다 보면 이쯤에서 마무리짓고 다음 편으로 넘어가고 싶은 지점이 생긴다.
그것이 매번 5,500자에 딱 맞춰질 리가 없다.
쭉 이어서 쓰고 나중에 5,500자로 자르면 안 되냐고?
그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절단 신공을 발휘하자면 매 편마다 엔딩을 의식하며 쓰는 게 유리하다.
나는 작업 전, 짧게라도 각 회차당 플롯을 미리 써놓는다. 플롯에 맞춰 이야기를 풀어나가다가 4500자부터 긴장감을 조성한다. 호기심을 극대화시킬 방법을 고민하면서 분위기를 만드는 거다.
매편 사건을 터뜨리고 끝낼 필요는 없다. 평범한 대화 중에도 얼마든지 절단 신공을 선보일 수 있다.
“딱딱한 호칭은 그만 하지?”
“그럼 뭐라고 부를까요? 오빠? 아저씨? 과장님?”
“아니, 그런 거 말고…”
----다음 편에서 계속----
이런 식으로.
웹소설을 쓰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글자 수를 확인하게 된다.
글자 수는 어떻게 확인하냐고?
한글 프로그램을 쓴다면 [파일] → [문서정보] → [문서통계] → [문서 분량]에서 글자(공백 포함)를 확인하면 된다. 단축키는 [ctrl + q + i]다. 그 좋은 걸 너무 늦게 알아서 안타깝다. 나처럼 고생하지 마시고 단축키를 사용하시라.
네이버나 취업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맞춤법 검사기를 활용해도 좋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웹소설 글자 수는 보통 공백 포함이다.
모든 부분이 완벽하더라도 가독성이 떨어지면 아무 소용없다.
웹소설은 첫째도 가독성, 둘째도 가독성이다.
가독성을 높이는 자세한 방법은 ‘가독성으로 승부하는 웹소설 문장 쓰는 법’ 을참고하길.
- 다음 편에서는 '긴급 진단! 인기 없는 소설 심폐소생 체크리스트'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