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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상호 May 24. 2019

사람들은 왜 멀티태스킹을 하는가?

멀티태스킹의 구조적 원인

멀티태스킹이란 뇌로 하여금 다양한 영역에 분산된 집중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뇌는 한 번에 한 가지 일 밖에 처리하지 못한다는 인간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면 일의 양과 수에 관계없이, 전환이 얼마나 발생하는가의 여부가 멀티태스킹의 본질이다. 전환은 인간에게 특정한 에너지를 소비하게 함으로써 멀티태스킹은 인간의 뇌를 약화시킨다. 


인간의 뇌는 한번에 하나의 작업만 수행할 수 있다. MIT 뇌 신경학자 Earl Miller는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있다. 사람들이 멀티태스킹을 수행할 때 실제로는 단지 한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매우 빨리 전환할 뿐이다. 우리의 뇌는 도파민을 사랑하며 작은 만족감을 주는 작은 업무들 사이를 전환하도록 권장받는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brunch.co.kr/@jade/181)


하지만 상대적으로 왜 멀티태스킹을 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꼈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다. 멀티태스킹의 부정적 영향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싱글 태스킹으로 바꿔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왜 그럴까? 혹시 멀티태스킹을 하는 상황 자체가 개인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인간의 행위는 어떠한 보상을 받기 위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멀티태스킹도 특정한 보상을 얻기 위한 행위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떠한 보상 때문에 멀티태스킹을 하게 되는가? 멀티태스킹이 발생하는 경우를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경우와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경우로 나누어 파악해보자. 


첫째, 개인이 통제할 수 있는 경우에 발생하는 멀티태스킹이다. 즉,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다. 이 경우는 2가지 원인으로 나뉜다. 


먼저, 업무 스케쥴링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 역량이 부족한 경우다. 멀티태스킹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하게 주어지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는 역량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고, 각각의 일에 드는 시간과 노력을 추정해보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자신의 하루, 또는 한 주를 계획해 한번에 한 가지씩 진행해나갈 수 있다. 더불어 멀티태스킹이 갖는 비효율성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개인의 노력도 요구된다. 따라서 각 개인에 따라 같은 종류/같은 양의 업무가 주어지더라도 업무 진행방식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업무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 역량이 없으면 주변의 다양한 요구 상황에 이리저리 헤맬 수 있다. 업무 스케쥴링을 통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했을 때 받을 수 있는 보상(시간 절약, 효율적 업무 수행 등)에 대한 인지가 적을 때 발생한다. 


다음으로, 업무 스케쥴링에 대한 판단 역량이 있더라도, 즉각적인 호기심, 욕구에 대한 제어능력이 약한 경우다.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는 다양한 호기심이 작동할 수 있다. 


여자 친구, 친구, 가족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도 있고, 은행 업무나, 기타 사적인 일들에 대한 고민이 갑작스레 들 수 있다. 특정 일을 끝낸 뒤 해당 고민을 하는 것은 멀티태스킹이 아니다. 하지만, 특정 일을 하는 와중에 개인적인 고민과 지속적인 전환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멀티태스킹이다. 즉각적인 호기심/욕구 해결이 개인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강하게 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친구와의 갈등이 있을 때도 본인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둘째,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경우에 발생하는 멀티태스킹이다. 개인의 노력 여하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즉, 조직적으로 예방해야 할 멀티태스킹이다. 이 역시 2가지 원인으로 나뉜다. 


먼저, 조직의 요구다. 이는 문화적인 현상으로 주로 수직적인 조직문화에서 발생하는 것 같다. 

개인의 주체적인 판단보다 상위 직급의 판단을 우선하는 경우다. A, B, C라는 일이 주어졌다고 가정했을 때 개인은 주체적인 판단 역량에 따라 A, B, C의 순서로 일을 하기로 결정하고 A를 진행하고 있었으나, 팀장이 B를 먼저 하라고 지시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게 B를 먼저 하고 있는데, 임원이 와서 C를 요구하는 상황이 갑자기 발생하는 경우가 개인에겐 “멀티태스킹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주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개인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상사를 만족시키는 데에 있다.  


다음으로, 타인의 즉각적 요구다. 이는 수직/수평적 문화와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연결이 용이해진 현대 사회에서 보다 증가한 현상으로 판단된다. 개인이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일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전화, 메일, 메신저, 직접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타인과의 의사소통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전화나 직접 방문은 즉시 대응이 필요한 일로서, 일을 하고 있던 개인에게 전환 에너지를 요구하는 상황이 된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중요시하는 문화, “누군가 말을 걸면 대답해야 한다.” 등의 타인에 대한 예절을 강조하는 사회적 인식이 이에 기여한다. 이 경우 심리적 보상은 타인에게 욕을 먹지 않는 것, 혹은 예절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평판으로 판단된다. 


분명 이 경우에도 특정한 개인은 자신의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적인 영향에 강하게 반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극복해내긴 어렵다. 직장에선 위의 4가지 경우가 서로 혼용되어 다양한 멀티태스킹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진정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매일 낭비되는 전환 에너지를 조직적으로 줄이려면, 개인이 노력해서 줄일 수 있는 것들의 보상을 높이고, 조직적으로 개인이 통제 불가한 영역에서의 멀티태스킹을 예방할 수 있는 문화적 힘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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