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모르고 한 방 먹었어요. S와 나는 다른 점이 참 많았는데 드라마 역시 좀 그랬죠. 엄청나게 쏟아지는 드라마 가운데서 같은 걸 보기가 쉽니.
몇 년 전 유튜브에서 가수 아이유의 노래를 듣다가 어떻게 돌고 돌아서 아이유가 출연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게 되었습니다.
더할나위 없는 명작이더라구요. 댓글 창에 모인 많은 이들이 자신의 최애 드라마로 서슴지 않고 "나의 아저씨"를 꼽겠다고 했고, 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이선균의 심폐소생술 하는 듯한 숨소리가 그가 짊어진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서 왜 그런지 괜히 깊이 공감됐습니다.(최근 이선균을 둘러싼 충격적인 혐의 사실로 인해 정말로 그 자신 실감나는 숨소리를 내고 있겠네요. 이미지 좋았는데 에휴... 뭐 아직 피의자일 뿐이니까요.)
거기에 정말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암담한 처지에 놓여 당장이라도 거꾸러질 것 같은 아이유 이지은의 웃음기 전혀 없는 얼굴은 정말 어떡하냐란 말이 절로 입에서 새어나올 정도였어요.
드라마를 이렇게 몰입해서 본 게 얼마만이냐. 거기에 이 드라마는 벌써 거의 십 년 전에 방영된 거였다니... S가 나를 괜히 구박한 게 아니었네요.
"우리 가족 건드리는 새끼는 다 죽여!!" 이지은을 구렁텅이에 빠뜨린 폭력배와 맞짱을 뜨는, 이지은을 가족처럼 보호하는 이선균같은 저런 어른이 반드시 필요하다. 곤란한 처지에 놓인 이웃을, 특히 어린 청년들을 나몰라라 외면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그들에게 안전망을 둘러주어야겠구나 이런 정의감이 마구마구 솟아올랐어요.(하...이게 작가가 기대한 시청자의 감상이 맞는지 모르겠네...).
어쩌다 보니 프롤로그가 수준 낮은 드라마 감상평이 되어버렸습니다. 이게 드라마 OST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이제부터 매 주 하나씩 제가 고른 노래들과 제 추억들을 잘 버무려서 또 하나의 새로운 기억으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뜻밖의 후회가 많아질 것 같은데요. 깨끗한 척 포장해서 아무도 모르게 넣어 놓았던 나만의 손때 묻은 보물이었는데.
새로운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성장한 어른이 되는 시작으로요.(아이 참... 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