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아이유가 인디밴드'혁오'의 보컬 오혁과 함께 작사, 작곡하고 노래한 '사랑이 잘'이라는 노래를 가지고 왔습니다. 권태기에 빠진 연인들이 서로의 어쩌지 못하는 감정을 참고 참다가 드디어는 사랑을 포기하고 마는 내용의 노래입니다. 무척 감각적인 가사를 허스키한 목소리로 풀어내는 아이유의 실력이 돋보입니다. 이 노래에서도 역시 한계까지 온 여자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해 어쩔 줄 모르는 남자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결국은 이별로 치달을 것 같은 그들의 모습은 그때의 나와 그녀의 모습과 닮은꼴입니다.
친구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습니다. 그 녀석은 무려 십 년을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을 한지 얼마 안 되는 때였는데요.
"야, 십 년을 사귀고 결혼했는데도 신혼부부 같은 기분은 드냐? 너희 거의 부부였잖아."
"그러게. 그래도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랄까? 뭐 그런게 있긴 해."
내가 본 것만 대여섯 번도 넘게 헤어졌는데 결혼까지 하고 뭐?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라고? 너네는 권태기도 없었냐? 아님 뭐 그냥 이렇게 사는 거지 뭐 이런 거 아냐?
글쎄 저게 인내심인가, 정신승리인가, 아이고 미안, 아니면 진짜 사랑?
여기까지 생각이 옮겨가자 우린 뭐가 문제였나 곱씹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떨어져 지낸 지 한참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각자 적응할 무렵 S는 가끔씩 이렇게 말하더군요.
"우리 이제 그냥 친구같지 않아? 서로를 너무나 잘 아는 그래서 너무나 편하고 너무나 믿음직한 그런 친구."
"편한 친구? 그 말 내가 진짜로 싫어하는 말이라고 진작에 얘기했을텐데."
실제로 "편한 친구", "편한 오빠"라는 말을 듣고 제대로 관계가 이어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때까지. 그 말은 즉, '넌 남자로서의 매력이 없어.'라는 뜻과 동일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괜한 저만의 생각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정말 그렇게 편해서 좋다는 건데 저 트라우마 때문에, 우리 관계가 이전과는 뭔가 달라졌다는 불안감 때문에 말이죠.
애써 이렇게 그녀의 말을 막아는 놨지만 이제는 우리의 관계가 여기까지 추락하고 마는 건가 하는 두려움은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피곤해 그만 오늘은 놔줘
더 이상 반복하긴 싫어
또 다 내가 나빠 아마 그래 난
널 미워하나 봐
이 노래에서 여자는 저런 식으로 말합니다. 둘 간의 문제는 명확하게 있긴 한데 그것을 해결하거나 관계를 끝내기에는 아직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전의 만남과는 달라졌네요. 이젠 해답이 필요한 상황인데 늘 반복되는 답답하기만 한 만남. 상황을 직시하는 여자가 남자에게 재촉을 했을 거구요. 이젠 남자를미워하는 것 같다네요.
저런 상태에서 다시 본래의 감정상태와 관계로 회복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연인관계는 더 말할 것도 없구요.
나와 그녀의 관계도 속내는 어쩌면 저 정도였는지 몰라도 겉으로는, 우리 자신들에게는 우리가 저 정도는 아닐 거라고 되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좀 더 다정하게 말입니다. 그러면서도 내심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불안함으로..
사랑이 잘 안 돼 떠올려 봐도
피부를 부비며 안아봐도 입술을 맞춰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
웃긴 것 같아 되돌려보려고 서로 모른 척 해도
이제 와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사랑같은 걸 하겠어
큰 사건 없이 잘 만나다가 헤어지는 연인들을 보면 주로 '이젠 더 이상 느낌이 오지 않아.'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서로 많이 차이나는 연인의 경우라면 진작에 끝냈거나 오히려 서로 더욱 굳건해지거나 둘 중 하나일 거구요.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주 일반적인 대부분의 경우는 '연명치료 무용론'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감각적인 느낌도 이젠 예전과 같지 않고, 아니야 노력하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하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처럼 굴어도 내 마음속의 마지막 장면은 결국 "이제 와 우리가 어떻게 다시 사랑같은 걸 하겠어"로 귀결됩니다. 나와 그녀의 관계도 어쩌면 이리도 이 노래와 닮았었던지요...
지금부터는 남자의 속내가 이어집니다. 그것은 노래를 들으시면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인용한 유튜브의 내용은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마치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처럼 만드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