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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헤어지면 돼

로이킴

안녕하세요? 반 anti or half 사고실험가 입니다.(예의 바르게 인사하면서 시작하려구요.^^)

오늘은 로이킴의 "그때 헤어지면 돼"라는 곡을 들고 왔습니다.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름을 알린 로이킴은 미국 명문대생(그 당시 한 학기나 다녔나 좀 그렇죠?)이라는 것과 아버지가 유명 막걸리 회사 대표라는 것으로 눈에 띄게 됐는데 빼어난 외모와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성 팬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죠.

이 노래는 연인으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남자가 현실을 애써 부정하며 매달리는 내용입니다. 가사를 보면 연인끼리 서로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무척 감미롭게 서술하고 있지만 내면에는 어떻게든 이별만은 막아보려고 하는 남자의 처절한 외침마저 들리는 듯합니다.

 



어렸을 때, 이제 막 고등학생 티를 벗어나려고 할 즈음에 서로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대화를 하는 것 같더라구요.(아니 저 때는 그랬습니다.)


"우리가 같이 데이트를 하고 있는데 저쪽에 깡패들이 나타났어. 그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떡해? 당연히 그 놈들 때려눕히고 맥주나 시원하게 마시러 가야지."


라고 얘기하면 좋겠는데 저같은 경우는 이런 말이 안 나오더라구요. 아니 런 위험한 상황에서 깡패들이 어떤 위험한 무기라도 가지고 있을지 모르고, 깡패 여럿에게 달려들어 이길 가능성이 있을 리도 없으며, 그 놈들한테 어떤 몹쓸 짓을 당할지도 모르는데 어유... 난 생각하기도 싫다고, 그리고 이런 상황을 상상하는 자체가 무척 불쾌하다고 말했던 것 같아요.(어떻게 그렇게 수준 낮은 질문으로 나에게 무슨 대답을 바라는 건데라고는 그냥 생각만 했습니다.) 기대하던 답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떨떠름한 표정은 지었지만 무리한 질문인 걸 깨달았는지 슬쩍 꼬리는 내리더군요.

굉장히 유치하긴 하지만 이런 질문과 대답이 그 나이 때 연인들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많이 쓰였겠죠. 더러는 호기로운 남자의 한마디에 기분 좋게 속아주고 더러는 그런 상상조차 불허할 정도로 아끼는 만남이라고 정의하면서.


우리 사랑하는 법도
어렵지 않아요.
매일 처음 만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봐주면



남들이 뭐라는 게 뭐가 중요해요.

서로가 없음 죽겠는데 뭐를 고민해요.

우리 함께 더 사랑해도 되잖아요.


설마설마 했던 일이 벌어진 모양입니다. 당황한 남자가 요즘 말로 '짜치게' 감언이설을 쏟아냅니다. 더 오래도록 만남을 이어갈 방법까지 이야기 해 주지만 그리 와닿는 건 없네요. 여자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눈에 선 합니다.

각해 보니 저도 이런 말을 몇 번 했군요.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지만 그 순간이 이렇게 다가오자 저 역시도 저렇게 잡고 늘어졌습니다. 우리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잖아. 부족한 건 서로 노력해서 채워주고. 중요한 건 우리가 여기서 이렇게 끝내면 우리 못 살아. 무엇을 원한 걸까요? 필요한 건 어쩌면 극적인 상황의 변화였는데 그게 불가능했던 나는 비겁한 현상유지를 택했던 거죠.


상대방의 부재가 일상으로 다가와
점점 자연스럽고 익숙해진다면...



가 다른 사람이 좋아지면

내가 너 없는 게 익숙해지면

그때가 오면 그때가 되면

그때 헤어지면 돼 


이별의 이유는 여러가지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 당시의 피치 못할 상황이나 혹은 영향력 있는 사람의 집요한 반대, 또는 상대방의 바람 등등 말이죠. 그런데 저 가사에서처럼 연인의 마음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스며들 때는... 그리고 상대방의 부재가 일상으로 다가와 점점 자연스럽고 익숙해진다면...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거죠. 대차게 이별을 선언하거나 한 사람의 큰 잘못이라면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은 오히려 쉬울 수 있으나 저렇게 부지불식간에 마음이 달라진다면 그때는 어쩔 수 없는 거죠. 앞에선 찌질하게 매달리더니 이번엔 미래에 당도할 이별은 받아들이네요. 아마 말은 상대방에게 못 했을 거예요. 저라면 못 했을 거예요.

 

네가 원하든 말든 널 잡을 거고

내가 더 이상 지쳐 걷지 못할 때

그때 헤어지면 돼


깡패 몇 놈쯤은 한 주먹에 때려눕히듯, 마법에 빠진 공주를 한아름에 구해내듯 어떻게든 너를 잡겠다고 절규하는 가슴 아픈 구절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랑에 대한 집념을 읽을 수 있는데 또 다른 면에서는 결국 마지막에는 이렇게라도 잡아보겠다는 남자의 풀리지 않는 처지가 공감됩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얘기하고 갖가지 비현실적 대안을 짜내기도 하지만 결국엔 무릎 꿇고 빌고야 마는, 현실로 다가온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안쓰러운 노래입니다.




로이킴의 훈훈한 외모와 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이 노래를 사랑스러운 연인들의 이야기로 착각하게 만드는데 잘 들어보시면 무지무지 슬픈 노래라는 걸 아시게 될 겁니다.

'다비치'의 강민경과 원곡인 로이킴이 부르는 노래 두 개의 영상을 준비했는데요. 강민경 다음에 로이킴 이 순서로 들으시면 아주 색다른 느낌을 가지시게 될 겁니다. 이 두 사람처럼 나에게 이 노래를 불러준다면 절대로 헤어지지 못할 것 같더라구요.^^


이미지  https://images.app.goo.gl/ofkwAWm1egYJf5zP7


동영상

https://youtu.be/Tn7AC6Qe07c?si=MPyK7o1KOhLQ8Ppa

영상

https://youtu.be/SkN_hWI6n28?si=aT-sGFZtfnPLR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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