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의 노래는 모르는 노래가 거의 없는데 오.. 이건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이름은 알지만 본 적은 없는 정승환이라는 가수와 듀오로 부르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버스킹 하는 영상이었어요.'이소라의 프로포즈'라는 음악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은 후 제대로 된 노래를 만드는 것 같지 않아 많이 아쉬웠는데, 우연히 얻어걸린 이 노래. 역시 이소라다! 이렇게 팬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거기서 오라고 연락왔어."
S가 조금은 덤덤한 투로 말했습니다.
"정말 잘됐다. 힘들었는데 본래 자리로 돌아가니 얼마나 좋아."
나는 활짝 웃는 얼굴로 S를 축하해줬어요. 근데,
"내가 가니까 그렇게 좋냐? 거기로 가면 이제 우리 몇 번 못 봐. 그래도 괜찮아?"
안다, 알아. 나도 아쉽고 불안하고 죽겠단 말이야. 그렇다고 널 어떻게 잡냐고.
너의 마음을 가질 수 없는 난 슬퍼
뭐 멀지도 않은 곳으로 가는 거였어요. 지하철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 서울에서 그 정도면 서로 대단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자주 만나지 못할거라는 S의 염려 그대로 우린 만남의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오랜만에 보게 될때는 서로에게 무지무지 잘 해주고 시간이 짧아 너무너무 아쉬워하고 그랬죠.
이렇게 새로운 루틴으로 만남이 이어지면서 나는 음, 이것도 나름 괜찮네. 맨날 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아쉬운 듯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군. 이랬습니다. 그러나 S는 아니었나 봅니다. 자주 보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힘들어했어요.
"더 외로워 너를 이렇게 안으면
너를 내 꿈에 안으면 깨워줘
이렇게 그리운 걸 울고 싶은 걸"
이랬던 것 같아요. 이 노래의 저 가사처럼. 누구에게 의존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이번에는...
네가 나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만 웃고 사랑을 말하고 그렇게 날 싫어해
자연스럽게 공통된 화제가 줄더군요. 공간이 다른 곳에, 사람들이 다른 곳에, 대화가 다른 곳에 서로가 존재하니 다시 돌리는 것도 부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습니다. 전에 없던 약간의 권태감까지. 그럼에도 우린 서로를 아꼈습니다. 어쩌면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다음 단계로의 뜀뛰기를 위한 신 고쳐매기. 그렇게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이제는 신을 고쳐맸다는 사실도 가물가물해질 정도로요. 이제는 서로의 일상생활이 다른 공간에서 보는 콩트 정도로 느껴졌습니다. 재밌지도 않은. 이젠 별로 가리는 것도 없어졌어요.
"그때 말한 사람 말이야. 영양제를 보내줬어. 대구인데."
괜찮았는데 그러면 안되니까 한마디 해야죠.
"좋겠네. 힘내서 열심히 해라. 야근하겠다고 손 들어."
너에게 편지를 써 모든 걸 말하겠어
이제 보니 요즘 유행하는 MBTI의 T와 F의 상황을 보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뻔한데도 저런 식으로 말했네요. 그땐 지금과 달리 많이 어려서 그랬을까요? 서로 뭘 원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해서? 글쎄요, 딱히 그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제대로 된 대답들을 해주었을까요 서로? 이렇게 글로 되새겨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순간순간이었네요. 그러니 옛날 일인데 이렇게 기억나는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