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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tle Creatures Mar 31. 2023

아들의 실수

호주 학교수영대회에서

아들은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작년에도 대학교 1학년이었고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어, 크게 기대하지 않고 지망했던 대학교에 합격하여 올해도 또 대학교 1학년이다.
대학교 1학년 2회 차이면 성적 우수 장학금은 당연하다는 부모의 입장과는 달리, 아들은 또 대학교 1학년이니 대학교 1학년처럼 지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오래전에 나는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면 아이들을 성인으로서 대해주고, 아이들은 그에 걸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바랐다.
착각이다.
부모에게 자식들은 나이와 상관없이 계속 보살펴주고 싶은 어린아이이고 또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것이 크나 큰 즐거움이다. 오히려 갑자기 성인인 듯 말하고 행동하면 섭섭하다.
RJ와 나는 멀리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아들이 빨래거리라도 밀려서 들고 집에 한 번이라도 더 오기를 기대하면서 살고 있다.

내가 오늘이 가장 젊은 것처럼, 다 커버린 아이들도 오늘이 가장 사랑스럽고 귀엽다.
지나버리고 나면 더 사랑해주지 못했음에 아쉬움이 가득하다.


시기:2015.3 / 장소:호주 (아들 초 6)

  

호주로 가기 전의 준비기간에 우리의 걱정은 “영어가 안 되는 아들이 어떻게 친구를 사귈  있을까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었다. 호주학교에  등교하는 , 스쿨버스를 타기 전까지도 씩씩했던 아들은 뒤따라온 RJ 나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엄마, 무슨 말하는지 하나도  알아듣겠어” 해서 부모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자기는 어린이 영어공부 웹사이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먼저 호주 생활을 하고 있는 선배들은 아이가 학업 외에 음악이나 운동 특기가 있으면 친구를 사귀기 쉽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수영이었다.

아들은 호주로 오기  1 이상 우리나라에서 수영 강습을 받아왔다. 길지 않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자유형, 배영, 평형과 접영을 정식으로 배워 제법 괜찮은 수영실력을 갖추어서 호주에 왔고, 호주에 도착하고 나서도 꾸준히 수영 강습을 받으며 준비를 하였다.

 

인근 지역의 4 학교가 참여하는 Inter-School Swimming Carnival 아들은 학교의 수영대표로 선발되어 자유형, 평형, 배영  50m 계주 4 종목에 참여하게 되었다.

호주 아이들은 6인데도 벌써 덩치가 아들과 비교하기가 어려울 정도여서, 우리는 아들의 전략종목으로 배영을 선택했다. 배영은 정식으로 배운 아들이 호주 아이들에 비해서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형과 평형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둔 아들은 전략종목인 배영에서 우승을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배영 50m 출발 신호총이 쏘아졌으나, 부정 출발자가 있어 바로 출발 취소 신호총이 다시 쏘아지고 재출발이 결정되었다. 출발 취소 총성을 들었거나 혹은 장내방송으로 취소되었다는 소리를 들은 호주의 아이들은 다들 출발선으로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아들은 멈추지 않았다. 아들이 50m 계속 수영하는 동안 장내 방송, 선생님, 친구들 그리고 아빠까지 소리를 질러가며 아들에게 멈추라고 했지만 한번 멈칫한 것을 빼면 아들은 너무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결승점에 도착했다.

다행스럽게도 외국 국적의 아이 1명이 아들과 함께 완주를 해주어서,  뻘쭘하고 난감한 상황을 나누어 가질  있었다.

주최 측의 배려로 주어진 30 휴식 , 다시 출발한 배영에서 아들은 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RJ 나는 같이 완주해 준 아이와 네가 너무 수영에 집중했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있다고 호들갑스럽게 필요 이상으로 위로해 주었다. 다행히도 아들은 마지막 계주에서 1등 하여 받은 메달에만 관심을 두었다.

[자유형 50m - 2 레인]

다른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살게 되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 여러가지 불편한 상황이 당연하게 더 자주 발생하게 된다. 이는 아들이 커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수 많은 실수와 실패중의 하나이고, 그 실수와 실패의 크기가 클수록 이를 경험함으로서 그 크기만큼 성숙해지는, 부모가 도와줄  없는 오롯이 혼자서 극복해야 하는 숙제이다.

하지만, 부모로서 생기는 안쓰러운 마음은 어떻게  수가 없다. 빨리 시간이 지나가서 아들이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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