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같았던 1년이자, 피슝 쏜 총알처럼 순식간에 과거로 사라져 버린 인도 뭄바이에서의 1년.
그 찬란한 시간을 뒤로하고 천연덕스럽게 앉아, 커리어에 공백 하나 없었던 사람인 양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며 삭막한 빌딩 숲 속 사무실 책상을 차지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가뜩이나 없는 눈썹 휘날리며 퇴근해 집에 당도하면 원숭이 같은 내 새끼가 폴짝거리며 나를 반기고,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하다 지친 내 어머니의 얼굴을 마주한다. 다음 날 아침도 다를 것 없이 남편과 함께 기상하여 준비하고, 서로의 안녕과 건투를 빌어주며, 제법 사이좋게 출근길을 나선다.
그렇게 한 때는 전쟁 같은 일상이라 여겼던 작금의 자유를 황홀해하며 지내는 어느 날, '툭' 하고 인도에서의 이미지 한 토막이 내 기억 속에 떨어졌다. 직업이 없는 나를 견딜 수 없었고, 자의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으며, 언제나 바깥사람일 줄 알았던 내가 아이와 24시간 전폭적이고도 완전한 안 사람이 되어야 했던, 내 인생에 가장 시간이 남아돌았던, 하필이면 그러나 다행히도 인도에서의 그 시간.
분명히 어렵고, 어지러우며 어느 날은 지긋지긋했던 순간들이었는데, 야금야금 그때를 꺼내 보고 싶어 진다.
스리슬쩍 들추어 보고 다시 느껴보고 싶어 진다. 아무튼간에, 요망한 나라, 인도.
길었지만 짧았던 1년의 감상을 더 흐려지기 전에 써 내려갈 작정이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내 삶의 한 토막이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웃음과 위안이 그리고 또 어느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공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덧) 앞으로 기록할 지난 1년간 인도에서의 이야기는 아마, 어느 날은 인도였다가 어느 날은 갑자기 유럽일 것이다. 수시로 국경을 넘나들게 될지 모른다는 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