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세상에서 제일 불안한 일이 뭔지 알아?
난 내가 행복한 시간 가운데에 있을 때 제일 불안해.
작년이었어. 봄이었던 것 같아.
봄 햇살을 만끽하며 집 근처 카페를 찾아갔어.
달달한 바닐라라테를 주문해서 카페 밖 테라스에 앉았어.
그런데 갑자기 너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거야.
누가 내 바닐라라테를 뺏어간 것도 아닌데 말이야.
처음 알았어.
내가 여유롭게 이곳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불안했어. 너무 무서웠어.
갑자기 내 행복을 누군가 뺏어갈 것 같고 이 행복이 사라질까 봐.
내가 이 행복을 누려도 될까 싶어 무섭기도 했어.
혹시 넌 이해가 돼?
그 뒤로도 그 증상들은 종종 나타났어.
내가 행복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불안은 찾아왔어.
그래서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어. 그리고 무작정 걸었어.
걷는다고 해답이 나오는 건 아니었어.
그래도 불안의 실체를 보게 되었어.
불안한 마음을 걸음으로 환산하니
15,940보였어.
걷다 보니 불안은 별게 아니었어.
더운 게 문제였지.
그리고 조금은 알게 되었다.
내가 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지 못하고 불안한지 말이야.
그동안 너무 앞만 보고 살았던 거야.
앞만 보고 달려온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 잠시 멈춰있는 순간이 너무 불안했던 거야.
난 언제나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 지금은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내 존재를 받아들이게 되었어. 이 사실을 조금 늦게 알아서 여전히 불안할 때가 있어. 어제도 불안했거든.
그래서 오늘 걸었어.
15,940보.
불안이 걸음이 되었을 때
난 조금 덜 불안해지는 것 같아.
또 걸을 거야. 같이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