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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서윤 Dec 31. 2021

글 짓는 마음2

글쓰기의 기초는 심심한 일상을 음미하는 것


'의도적 게으름 피우기 실험'에 참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실험에서 느낀 의외의 발견은, 나는 자주 심심해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퇴근 후 지하철 안에서 스마트폰을 켠다. SNS, 메신저, 게임 등을 한다. 30분이 지나면 재미가 없다. TV 시청도 마찬가지다. 3시간이 지나면 그게 그거 같고 재미가 없다. 취미 생활도 비슷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흥미가 감소한다.

그래서 나는, 너무 심심해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심심해서 글을 쓴다니……. 그게 글쓰기의 이유가 될 줄은 스스로도 몰랐다. 예전에 스트레스가 심했을 땐 털어놓을 곳이 없어서 일기에 글을 썼다. 회사에서 잘렸을 땐 돈을 벌려고 글을 썼다. 글은 언제나 ‘생존’의 수단이었지, 심심함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그런데 심심해서 글을 쓴다니. 할 게 없어서 글을 쓴다니!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을 미루고 글을 쓸 때 들었던 생각은 ‘으, 글만 아니었어도 마음껏 쉬는 건데!’였다. 그런데 막상 시간이 나니 할 게 없어서 글을 쓰고 있다. 이런 어리석은 마음이 웃겨서 속으로 웃음이 났다. 벽에 붙어있는 어린 시절 내 사진을 보며 말했다.

“작가가 될 상이로구나.”


글을 쓰면 일부러 예전과는 다른 내용을 쓰게 된다. 이전에 썼던 책과 내용이 겹치지 않게 전과는 다른 생각, 경험, 관찰을 생산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업데이트되는 게임이 아니다. 그건 나를 좌절시키기 충분했다.

새로운 글을 쓰려면, 기존의 관점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는 것.

그건 어떻게 보면 고정관념을 깨는 작업 일지도 모른다. 틀을 깨기 위해선 어떤 힘이 필요할까. 그 힘은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걸 찾는 것 또한 글쓰기 작업의 일부일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하루에 한 번씩 떡볶이를 먹으러 간다고 치자. 떡볶이는 오늘 먹으나 내일 먹으나 맛있다. 그러나 그 맛을 조금 더 자세히 음미해 보면, 어느 날은 떡이 조금 불었다거나 양념 소스가 조금 싱겁다는 등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같은 떡볶이여도 자세히 먹으면 조금씩 맛이 다르듯이,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같은 일상에서 다른 맛을 발견하는 것. 그게 글을 쓰기 위해 심심한 일상을 대하는 자세였다. 심심함으로부터 도피하려고 글을 썼지만, 심심한 일상을 깊숙이 음미해야 글이 써진다는 건 최대의 난제이다.


글쓰기는 여러모로 사람을 부지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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