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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존재 Oct 29. 2020

자의식

자의식이 강한 인간이라 해서 항상 그런 상태에 머무는 것은 아니다. 가사를 비롯한 단순 육체노동들을 할 때면 종종  거의 지워진 자기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아가 끝없이 아우성치고 혼잣말하는 상태에 머물고, 유독 강한 때 또한 존재한다. 불현듯 찾아오는 우울은 보통 이 자의식과 함께한다. 어째서 이렇게 날아드는진 알 길이 없다. 그저 사고처럼 당해버리는 것이기에, 멍하니 누워 침잠하게 된다.


자아는 부풀어 올라 비대해진다. 내부와 외부 양 갈래로 흐르던 정신이 혼란해지고, 길은 오직 내부로만 향하게 된다. 뽀글뽀글 부풀어 오르는 자의식, 커져가는구나 느끼면서도 멈출 순 없다.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의지 또한 자의식의 일부로 편입되어 그것의 덩치를 키운다. 그런 흐름을 거친 뒤에 나는 나의 근원적 우울, 좌절과 혼란의 세상으로 존재하는 호밀밭에 돌아오게 되는 것이다. 


한계까지 부풀어 오른 자아의 수도꼭지가 잠긴다. 이제 의식은 외부로 흐르지 않는다. 나는 현실의 거리에서 현실의 사람들 사이에서 걷고 있으나 거기엔 내가 없다. 몸은 움직이는 성으로서 동작할 뿐이다. 나는 어두침침한 성 어딘가에 몸을 깊숙이 밀어 넣고 문도 창문도 커튼도 모두 닫은 채로 가만히 누워있다. 몸의 다리가 움직이는 건 그런 내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자아는 그렇게 밀폐되어 있다. 입구는 모두 닫히고 수도꼭지는 끝까지 잠겼다. 빛은 없고 신선한 충격도 없다. 순환되지 않는 갇힌 정신만이 남는다. 내가 뱉은 숨만을 다시 들이키기에 산소는 줄어든다. 공기는 오염된다. 그런 상태는 이산화탄소로 가득한 방에서 호흡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점점 몽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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