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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라이 Mar 31. 2020

어쩌다 엄마가 된다는 것

출근길 지하철에서 떠밀려가듯

너는 엄마는, 항상 네 마음을 먼저 생각해주어야 하고 늘 너를 위해 기꺼이 많은 것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겠지. 엄마가 너만할 때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엄마는 엄마의 엄마, 그러니까 외할머니를 많이 원망했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 고주알 털어놓고 기분 나빴던 일이 있으면 엄마한테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었어. 그런데 외할머니는 위로를 해주기는커녕 오히려 엄마를 혼냈어. 피곤한데 시끄럽게 한다고. 그리고 방 정리를 하지 않았다던가 설거지를 해놓지 않았다고 엄마를 야단쳤지. 그게 그렇게 원망스러웠어.


외할머니는 버티고 사는 것만도 너무 힘들어서 그랬던 거야. 엄마 곁을 떠나지 않고 곁에 머물러 있었던 것만도 외할머니한테는 큰 희생이었어. 그런데 그걸 엄마가 언제 알게 되었냐고? 너를 낳고 엄마가 된 후에야 알았지. 그 전에는 한번도 외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려보려고 하지 않았어. 왜냐고?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항상 내 문제로 머리가 가득 차 있었거든.


아무리 엄마가 된다고 해도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아이만을 바라보고 살 수는 없어. 하지만 말이야, 모든 부모는 자식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한단다. 외할머니가 매일 밥을 해주고 집안 청소를 하고 아빠를 대신해 돈을 벌어오기 위해 애쓰는 그 모든 일들은 엄마를 위한 일이었고 외할머니의 사랑 방식이었는데 그때는 그걸 몰랐어.


왜냐면 엄마도 나중에 알았거든. 나는 너를 위해 많은 일을 했지만 그건 나만의 방식이었고 네가 정말로 원하는 방식은 아니었다는 걸. 엄마 노릇에 점점 익숙해지면서 점점 더 너에게 레이더를 맞추게 되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어.   


엄마는 엄마라기보다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에고를 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어쩌다 보니 부모가 되어버렸던 거야. 부모가 된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덜컥 말이지.


그러니 출근길 지하철에서 사람들에게 밀려 떠밀려 가는 것처럼, 좀 늦게 중심을 잡았던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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