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단둘이 미국 정착기
미국에 가기 전에 결심한 게 있어요.
미국 한인교회 분들은 저처럼 단기로 온 사람들 섬기느라 많이 지쳐계실 것 같아서, 저는 가서 받기보다는 주고 오자는 결심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은 게 훨씬 많습니다만 ^^;).
때문에 한국에서는 요리 1도 안해본 사람인데, 그리고 여전히 집밥은 못하는데, 교회분들 이리저리 초대해서 대접하느라 홈파티 메뉴들은 몇 개 마스터하게 되었네요. 일부는 미국 와서 배운 거지만, 나머지는 오히려 한국에서 먹었던 것들을 미국에서 재현하고 싶어서 or 한국식 양식을 미국 교포분들께 소개하고 싶어서 머리를 굴린 거에요. 다행히 반응이 좋았습니다.
1. 에피타이저 (술 드시는 분은 술안주로도 활용 가능)
- 서리태 마스카포네
한국에서는 이미 몇년 전 대히트를 친 음식이라 레시피 검색하면 많이 나와요. 담백한 크래커 위에 발라먹을 수 있도록 담아 내면 됩니다.
마스카포네 치즈는 트조에서 팔아요. 크림치즈 섹션 쪽에 있고 이렇게 생겼어요.
미국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이거 드시고 다들 깜짝 놀라서 저보고 (홈파티에 최적화된) 미국 체질이라고 입을 모아 칭찬하셨어요. ㅋㅋㅋ
- 마스카포네 + 무화과잼 카나페
마스카포네 치즈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에피타이저입니다. 담백한 크래커 위에 마스카포네 치즈를 얇게 펴바르고, 그 위에 무화과잼을 얇게 펴발라 드시면 됩니다. 저희 애는 간식으로도 잘 먹었어요.
무화과잼은 홀푸드 추천합니다. 이렇게 생겼어요.
- 페퍼젤리 + 하몽/살라미 카나페
크래커 위에 페퍼젤리를 펴바르고 그 위에 하몽이나 살라미, 생햄 등을 얹어서 드시면 됩니다.
고추잼이라니 무슨 맛으로 먹나... 했는데 의외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에피타이저들은 이런 스타일로 담아내시면 되어요. 이건 제가 한 게 아니고 초대받은 집에서 찍은 거에요.
2. 고기 메뉴
- 스테이크
일단 스테이크를 굽습니다. 어떻게 굽는지는 묻지마셔요. 저도 잘 못구워서 걍 막 잘라서 구워요. 오일보다는 버터 듬뿍 하는 게 맛이 더 좋더라구요.
부위는 비싼 게 좋겠지만, 코스코에서 파는 스테이크용 고기 중 좀 저렴한 부위를 사서 고기 결 반대로 잘라서 구워도 맛있습니다.
고기를 접시에 담은 뒤 그 옆에 비장의 트러플 솔트를 찍어먹는 용도로 놓습니다. 조금만 찍어도 풍미가 확 살아나서 고급 스테이크집 고기처럼 됩니다. 일단 접시에 고기를 담아 식탁에 차린 뒤 사람들 보는 앞에서 솔트를 덜어 담으면 뭔가 파인다이닝 온 거 같은 느낌도 나고 좋습니다. 이 역시 다들 넘 좋아하셨어요. ㅎㅎㅎ
가장 추천하는 트러플 솔트는 이것인데요. 버지니아에서는 발두치라는 식료품점에서 팔아요. 다만 지금은 품절이라고 합니다. 비슷하게 풍미 좋은 트러플 솔트를 찾아보셔요.
- 소고기 그린빈 볶음
딘타이펑 스타일의 소고기 그린빈 볶음입니다. 제대로 된 레시피는 한 번 찾아보셔요. 저는 귀찮은 거 싫어해서 그냥 제 식으로 단순화했어요.
a. 먼저 소고기를 한 입 크기로 자르고, 그린빈도 손실해둡니다. 숨이 빳빳한 게 좋으시면 그냥 볶고, 좀 익은 게 좋으시면 데쳐주세요.
b. 팬을 달군 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편마늘 또는 간마늘을 넉넉히 넣습니다. 간마늘을 기름에 튀기듯이 넣으면 냄새가 끝장나면서 손님들이 "어머 이 맛있는 냄새 뭐야?" 하고 기대감을 가지셔서 좋은데요. 간마늘은 잘 타니까 불조절을 신경쓰셔야 되어요.
c. 그 뒤 소고기를 넣고 좀 익히다가 그린빈도 같이 넣고 볶다가 굴소스 넉넉히 뿌리고 간장 한 스푼 넣으면 끝!
저는 주로 소고기를 산 직후 또는 다음 날까지는 스테이크로 내고, 그 이상 지나거나 냉동 고기를 꺼내면 소고기 그린빈 볶음을 하였습니다.
- 양념치킨
한식당 많은 지역은 입맛에 맞는 bbq 같은 데를 찾기 쉽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맛있는 양념치킨 파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양념치킨 하면 좋아들 하십니다.
근데 죄송하지만 제 레시피는 비장의 양념비법 같은 건 없고요, 한국에서 '페리카나 양념소스'를 꼭 사오셔야 합니다. ㅎㅎㅎ
a. 뼈없는 닭사태(이 부위가 젤 맛있더라구요)를 사서 한 입 크기로 자른 뒤 우유에 하루 정도 재웁니다.
b. 우유를 따라버리고 한 번 헹군 뒤(안 헹궈도 될듯요) 비닐봉지에 튀김가루와 닭고기를 넣고 쉐킷쉐킷해서 가루를 묻힙니다.
c. 튀김가루에 물을 넣고 개어서 튀김옷을 만든 뒤 달궈진 기름에 넣고 튀깁니다. 번거롭지만 가능하면 두 번 튀기세요. 한 번만 튀긴 거와 맛 차이가 크더라구요. 처음에는 좀 낮은 불에서 속까지 익히고, 두번째는 높은 불에서 튀김옷이 딱딱해지게 튀기시면 좋습니다.
d. 튀김을 건져서 기름을 뺀 뒤 달궈진 팬에 페리카나 양념소스를 넣고 튀김을 넣고 슬쩍 비벼서 내면 됩니다.
이건 한인모임들 말고 인도인들 많은 인터내셔널 행사에서도 대박쳤어요. ㅎㅎ
3. 파스타 메뉴
- 바질파스타
스파게티면을 삶은 뒤 코스트코에서 파는 바질파스타 소스에 비벼내면 끝!
소스 사진을 못 찍었는데 어차피 코스트코에서는 한 종류라 그거 사시면 되어요. 저 소스가 이미 완벽한 맛이라 다른 양념 필요없어요.
저는 고명으로 새우를 올리브오일에 구워서 올립니다. 위쪽 사진에 있어요.
- 부라타 치즈 파스타
a. 시판 토마토 소스로 파스타를 만듭니다. 가능하면 야채파스타로 하는 게 치즈와 궁합이 잘 맞습니다. 저는 가지 구워서 넣었어요.
b. 그 위에 루꼴라(미국 마트에서 arugula라고 씌여있어요)를 뿌리고, 물기를 제거한 부라타치즈를 올립니다. 트조 치즈 섹션에 있어요.
c. 식탁 위에 낸 뒤 샐러드용 올리브오일을 살짝 부리고 그 위에 후추를 뿌립니다. 이러면 또 파인 다이닝 느낌 나요. ㅎㅎ
4. 곁들임 빵
코스트코 크렌베리 월넛 브래드(이걸 제일 좋아하시더라구요) 같은 건강빵 종류를 사서 자른 뒤 먹기 직전에 에어프라이어로 살짝 구워서 버터 or 발사믹 올리브 오일과 같이 냅니다.
5. 그 외
- 연어베이글
a. 트조나 코스트코에서 에브리띵 베이글을 사서 반으로 갈라 토스터에 굽습니다.
b. 그 사이 양파를 얇게 채썰어 물에 여러 번 헹구어 매운 맛을 빼고, 루꼴라도 씻어둡니다.
c. 베이글 위에 크림치즈를 듬뿍 바르고, 트조의 에브리띵 훈제연어를 올립니다. 미국 훈제연어는 잘못 사면 엄청 짜다길래 전 이것만 썼어요.
d. 그 위에 양파와 루꼴라를 올려서 냅니다. 취향에 따라 토마토와 케이퍼를 추가하기도 해요.
- 비빔면
소면 삶아서 팔도 비빔면 소스와 참기름 넣고 비벼서 삶은 달걀 얹어내면 됩니다. 소스는 h마트나 롯데마트 등에서 다 팔아요.
- 짜장볶음밥
볶음밥을 합니다. 새우 넣고 하면 중식당 볶음밥 느낌 나서 좋아요.
마지막 단계에 짜파게티 소스를 뿌려서 같이 볶은 다음 계란후라이를 올려서 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