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나라
여러분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은 삼십에 예수를 판 유다? 십자가형을 명한 빌라도?
저는 예수를 죽인 것은 "군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당시 '호산나 호산나' 외치며 경배하다가 5일 만에 입장을 바꾸어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라고 외친 그 군중들 말입니다.
마태복음 27장
22. 빌라도가 이르되 그러면 그리스도라 하는 예수를 내가 어떻게 하랴 그들이 다 이르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What shall I do, then, with Jesus who is called the Messiah?” Pilate asked. They all answered, “Crucify him!”
23. 빌라도가 이르되 어찜이냐 무슨 악한 일을 하였느냐 그들이 더욱 소리 질러 이르되 십자가에 못 박혀야 하겠나이다 하는지라
“Why? What crime has he committed?” asked Pilate. But they shouted all the louder, “Crucify him!”
이 군중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이런 죄에 빠지게 된 것일까요? 사실 이들은 오늘날에도 있는 자들입니다.
- 신앙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무언가를 이루는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사람들은 메시아가 와서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실상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는 '고운 모양도 풍채도 없는 자, 우리의 질고를 지고 슬픔을 당하는 자, 우리의 허물과 죄악을 담당하는 자(이사야 53:2~6)'였는데도,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신들의 바람이 너무 강렬하여 이 부분들을 무시하고 강한 통치자로서의 메시아만 상상했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오신 후 병든 자를 치료하고, 죽은 자를 일으키고, 오병이어의 기적을 보이시면서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입증하셨습니다. 그리고 죄사함과 천국 복음을 전파하셨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의 메시지는 안중에 없이 그저 그가 놀라운 권능으로 로마를 물리쳐 줄 것만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이 예루살렘 입성 후 자신들이 기대하는 일을 하지 않자 분노했고, 그 분노가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소서'라는 외침으로 터져 나온 것입니다.
성경을 자기 의와 욕망에 따라 자의로 해석하는 자, 하나님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무언가를 이루는 수단으로써 따르는 사람들은 지금도 많습니다.
- 악을 보고도 침묵하는 사람들
광장에 나온 사람들 중 일부, 또는 그 이상의 사람들은 예수님이 죄 없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침묵했지요. 22절에서 "They all answered, “Crucify him!”"이라고 기록된 것을 보면 예수님을 변호하는 목소리가 하나도 없었던 것입니다.
빌라도는 내심 예수님을 처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누군가 예수님을 위해 나서서 변호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에 동조했더라면 십자가형은 무산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괜히 나섰다가 불이익을 당할까 봐, 남의 눈에 띄기 싫어서, 나 말고 누가 하겠지 하는 생각 등으로 눈앞에서 악이 자행되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는 사람들. 요즘으로 치면 학교나 직장에서 집단 괴롭힘을 보고도 침묵하는 사람들 같은 느낌이겠네요 (선악을 분별할 수 없어 조심하고자 가만히 있는 사람들을 말씀드리는 게 아닙니다).
위 두 그룹의 공통된 특징이 뭔지 아십니까? 본인은 '남들 하는 대로 따라 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죄가 없다'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나 같이 작고 연약한 존재가 뭘 할 수 있겠어'라고도 생각하면서요. 제가 이들 중 한 사람에게 다가가 '당신이 예수를 죽였다'라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정말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내가 예수를 죽였다고? 무슨 소리야. 나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물론 예수의 십자가형이 부당한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내가 뭘 어쩌겠어."
"내가 뭐 예수가 메시아인 거 알고 그랬나. 근데 나 별 거 안 했어. 옆 사람이 '십자가'라고 소리치기에 따라서 한 두 마디 한 것뿐인데 뭐."
하지만 당신이 죽인 게 맞습니다. 군중이란 당신 같은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모인 집단, 즉 당신이 없으면 성립할 수 없는 존재이니까요.
그리고 당신은 그 죄의 대가를 치르게 되겠지요. 남들 하는 대로 했다고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원래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넓어서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은 법입니다(마 7:13). 그러니 늘 깨어 있어서 이처럼 악하고 어리석은 군중이 되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여기까지 보시고 '아무리 봐도 나는 군중 같은데...' 하면서 근심스러운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제자들, 3년 동안 예수님과 동고동락하던 제자들조차 예수님이 죽음에 이를 때까지도 진짜 제자가 아닌 군중에 불과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 후 엠마오로 가던 제자 둘은 이렇게 말하면서 그들의 실망감과 슬픔을 드러냅니다. 그들조차 예수님을 로마에 저항할 지도자로 생각했던 것이지요.
누가복음 24장
21. 우리는 이 사람이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바랐노라 이뿐 아니라 이 일이 일어난 지가 사흘째요
그런 그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이 단지 로마의 지배 따위에 대항할 지도자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크고 궁극적인 것, 죄와 사망의 권세에서 해방시키실 구원자이심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은 후에는 진짜 제자가 되어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의 지상 명령을 수행하러 땅 끝까지 달려 나가게 되지요.
그러므로 이미 예수의 부활을 알고 성령을 받은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군중으로 시작하지만, 예수를 믿고 그 가르침을 따르기로 선택함으로써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당신은 군중에 머무르시겠습니까, 제자가 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