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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둘째 날 숙소가 없어서 밤중에 급히 부산으로 내려왔습니다. 부산은 대도시라 그런지 이런 연휴에 사람이 몰려도 충분히 수용 가능한 것 같더라고요. 관광지와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숙소 구하기 비교적 쉬웠어요.
해운대 근처에서 자고 느지막이 일어나니 10시가 넘었더군요. 전복죽이 당겨서 예전에 저장해 둔 맛집 '바다마루 전복죽'으로 향했습니다. 몇 년 전에 부산 여행을 꿈꾸면서 수집한 정보를 버킷리스트처럼 만들어 두고 있었거든요.
애매한 시간대이니 사람이 없을 줄 알았건만 웬걸...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긴 줄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는 바로 포기하고, 그다음 버킷리스트인 '키친 동백'으로 향했습니다. 부산은 회가 아니라 파인 다이닝의 성지라고,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같은 퀄리티의 양식을 먹을 수 있다고 한 김영하 작가의 말이 생각나기도 했고요.
키친 동백은 오픈 시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조용한 갤러리 느낌의 실내와 널찍한 테이블 간격이 맘에 들었어요. 이런 공간 여유는 서울에서는 보기 드물지요.
시그니처인 3가지 피자와 파스타, 리조또를 주문해 먹었습니다. 피자 도우에서 날밀가루 맛이 살짝 나서 당황했지만, 나머지는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기장으로 향했습니다. 말로만 듣던 아난티코브의 바다는 정말 넓고 예쁘더군요. 섭지코지의 바다, 속초 롯데리조트의 바다와도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전체적으로 고요한 것이 푹 쉬기 좋을 듯했습니다.
한참 물멍을 한 뒤 10층 라운지로 올라갔습니다. 여기서 보는 뷰도 좋다고 추천받았거든요. 아쉽게 창가 자리는 만석이라 살짝 뒤에 앉았지만 괜찮았어요. 여기서 '인간적으로 연휴 내내 놀기만 할 수는 없잖냐'라며 애를 채근해서 독서를 좀 시키고, 저도 책을 읽는 평화로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밑으로 내려와 '아난티 타운'이라고 이름 붙은 상점가를 구경하고, 맘에 드는 소품 몇 가지를 사 가지고 나왔습니다. 지금 아래 사진처럼 선물 받은 무화과 케이크를 먹고 차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는데, 찻잔이 여기서 산 거예요. ^^
그다음은 해동용궁사. 요새 케데헌 때문에 외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인기인데, 그중에서 외국인들이 베스트로 뽑은 곳 중 하나라고 해서 호기심으로 와 봤어요. 근데 진짜 연휴라고 여기도 사람이 바글바글 하더라구요. 용궁사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줄이 꽉 막혀 있어서 주위를 둘러봤더니 용궁사 진입로 맞은편에 루지 타는 곳이 있고, 거기 주차장이 널찍하더라고요. 잽싸게 여기 차를 세우고 용궁사까지 걸어 들어갔습니다.
바다 바로 앞에 절이 있는 풍경이 과연 멋졌습니다만, 사람이 하도 많아서 감상이 힘들더라구요. 아무래도 가장 좋은 관광지는 사람 없는 곳인 듯해요. ^^;
돌아와서는 숙소에 체크인. 오늘은 운 좋게 해운대에 호텔을 잡아서 차를 세워두고 걸어 나왔습니다. 제일 먼저 저녁을 먹으러 '개미집'으로 갔어요. 여기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요. ㅎㅎ 기본 낙곱새를 시켰는데, 먹을 땐 '뭐 그냥 낙지볶음에 대창 넣은 맛이네'라고 생각했건만 시간 지나고 보니 또 먹고 싶네요. 남편은 이번 여행 중 개미집을 음식점 최애로 꼽았습니다.
밥을 다 먹고 해운대를 산책하는데, 여기는 가족여행하기 너무 좋게 되어 있더라구요. 길도 널찍하고 깨끗하고, 길거리 음식들도 다양하고, 해변도 아름답고... 홍대와 볼티모어의 이너 하버, 하와이의 와이키키를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어요. 거대한 전광판은 마치 맨해튼 같기도 했고요.
바닷가 야경 구경하고, 간식 몇 가지 사 먹고, 하늘로 쏘아 올리는 장난감을 사서 바닷가에서 한참 가지고 논 다음 24시 무인탁구장에서 한 게임하고 들어왔네요. 밤늦게까지 놀거리가 풍부한 우리나라 최고입니다.
다음 날 아침은 어제 실패한 바다마루 전복죽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알고 보니 테이블링으로 줄 서기가 되더라구요. 앞에 4팀 정도 남았을 때 가게 앞으로 갔는데, 그 뒤로도 한참 기다렸어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충 30분에 6팀 정도 빠지는 것 같아요. 메뉴는 전복죽과 미더덕해장국 두 가지였는데 맛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그 앞에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탔어요. 바다 풍경이야 어딜 가나 다 비슷한데 굳이 배까지 탈 거 있나 싶었지만, 막상 타보니 그 유명한 '오륙도' 앞까지 가더라구요. 덕분에 그 뒤 차 안에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여러 번 들었습니다. ㅎㅎㅎ
배에서 내린 뒤 그 바로 앞에 있는 호랑이젤라떡에서 젤라떡을 사서 바닷가에서 먹었습니다. 고급진 찰떡아이스 맛이에요. 피스타치오가 시그니처인 것 같은데 저는 원래 그 맛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민트 초코가 더 맛있었네요.
그다음에는 웨스틴 조선 라운지에서 뷰를 감상하고 동백섬을 산책하려고 갔다가 주차장이 만차이고 아들이 걷기 힘들다고 난리치는 바람에;;; 바로 나왔어요. 그리고 농심호텔에서 운영하는 허심청으로 갔습니다.. 저희 아들이 온천 매니아라서 꼭 가고 싶어 했거든요.
과연 듣던 대로 시설이 엄청 크고 좋더라구요. 다만 저는 여탕 곳곳에서 물비린내 비슷한 냄새를 맡았는데;; 남편과 아들은 남탕은 안 그랬다며 매우 마음에 들어 했어요. 저희 아들은 국내 온천 중 최고로 쳤습니다.
농심 호텔은 브루어리도 같이 하는지, 수제 맥주를 팔길래 선물용으로 한 상자 사 가지고 왔네요.
온천을 마치고 나니 이미 밤이 늦었지만 그냥 부산을 떠나기 아쉬워 광안리 야경을 보러 갔습니다. 광안대교는 멋졌지만 저는 해운대가 훨씬 좋더라구요. 광안리는 젊은 사람들이 유흥을 즐기러 가는 분위기인 듯했어요.
여기를 끝으로 부산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음 날 경주에 들렀다 여행 끝.
이번 여행은 황금연휴에 무계획이라 큰 기대 안 했지만, 부산과 경주 모두 너무 마음에 들어서 재밌었어요.
다음에 가족 여행을 간다면 해운대로, 혼자 여행을 간다면 경주로 갈 거예요. ^^
[추천 맛집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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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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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관광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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