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weekly Journal Ⅴ - 근거이론
2021년 5월 9일 (일)
1. 근거이론이란 무엇인가?
근거이론은 개인 혹은 사회 현상의 의미와 관련하여 자료를 근거로 귀납적 분석을 수행하면서 이론의 개념적 틀을 만들어 내는데 초점을 둔 질적 연구방법이다. 근거이론은 선입견적인 아이디어나 기존 이론이 아닌 새로운 범주화를 통한 이론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근거이론은 일관성 있는 이론을 위해서는 구조를 찾아야 하며, 모든 구조는 잘 관찰된 근거, 즉 데이터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범주는 연구자가 수집한 자료에 근거(grounded)를 두기 때문에 연구주제에 초점을 둔 연속적이고 체계적인 자료수집 방법을 선호한다. 주제와 관련하여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묘사보다는 분석이 중심이 된다. 분석과정에서 추가적인 자료 수집의 필요성이 판단되면 이론적 포화가 이루어질 때까지 자료 수집이 지속된다. 따라서 근거이론은 전통적인 연구방법에서 뚜렷하게 존재했던 자료 수집과 분석 단계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근거이론은 일반적인 귀납적 질적 모델과는 대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모델로 오용하는 경우가 잦다. 이는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분기(分岐) 이후 ‘무엇을 근거이론이라고 하는가’에 대한 학자마다의 견해가 다르고,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연구가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질적 연구방법과 근거이론의 가장 뚜렷하고 독특한 특성은 이론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홍현미라·권지성·장혜경·이민영·우아영(2008)은 연구방법론의 다양성 측면에서 근거이론이 양적연구와 다른 점은 선행연구에 기반하지 않은 실체적 속성의 자료에 근거하거나, 토대를 두고 이론개발을 하려한다는 점이라고 하였다.
김영천(2013)은 근거이론의 명확한 차이는 기술과 추상화의 차이라고 보고 있다. 차마즈(Chamaz, 2006)는 근거이론의 방법론상의 규칙, 절차보다는 유연한 지침을 강조하였다.
근거이론의 핵심적인 개념으로는 상징적 상호작용, 이론적 민감성, 이론적 표본추출, 메모와 도형, 이론적 포화, 이론적 표집, 조건-결과 메트릭스, 지속적인 비교방법, 코딩 등이 있다.
2.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 분기(分岐)의 결과는 무엇인가?
근거이론은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Glaser & Strauss)의 1967년 『Discovery of Grounded Theory』을 통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근거이론은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 두 학자의 학문적 교류와 통합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나,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학문적 배경과 연구 방향은 사뭇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근거이론의 공동 창시자인 두 사람은 이제는 대비되는 글레이저파와 스트라우스파로 분화되어 근거이론을 새롭게 공부하는 이들에게 ‘근거이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두 학자의 갈등과 분화는 근거이론에 대한 다양한 오해와 혼란을 야기하고, 누구의 접근에 대해 정통성을 부여해야 하는가하는 어려운 질문을 남겼다. 하지만, 두 창시자의 학문적 분기(分岐)가 근거이론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만 준 것은 아니다.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갈등에 시발점이 된 『Basic of Qualitative Research』(1990)를 함께 쓴 코빈이나, 차마즈를 포함한 많은 근거이론 학자들이 숱한 논쟁과 긴장을 지속하며, 근거이론이 가지는 독특성을 찾기 위해 부단히 학문적 연마를 지속했다. 특히 차마즈(Charmaz)는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분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스트라우스 학풍을 바탕으로 구성주의적, 해석학적 접근을 시도하였다. 이를 통해 현대 근거이론을 정립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근거이론의 학풍을 글레이저파와 스트라우스파로 이분화하여 본다면, 현재까지는 스트라우스파의 영향력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에서 스트라우스와 코빈(1990)의 견해가 많은 학자들의 연구에서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인숙·장혜경은 글레이저의 『Basic of Grounded Theory Analysis,』(1994)의 번역서 『근거이론 분석의 기초』(2014) 서문에서 글레이저는 근거이론을 생성하기 위해 자료를 다루는 방법을 ‘출현’과‘귀납’을 핵심 원리로 하고, 지속적인 비교방법과 이론적 표집을 핵심 전략으로 함을 밝히며, 기존의 이론에 지배되지 않는 귀납적 이론을 생성한다는 관점에서 글레이저의 견해가 원작(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1967년 『Discovery of Grounded Theory』)을 가장 잘 반영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국내 질적 연구자들 사이의 스트라우스의 인기에 대해 국내 근거이론 방법이 처음 소개된 것이 스트라우스와 코빈의 1990년, 1998년판 『Basic of Qualitative Research』이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근거이론의 ‘근거’는 단순히 자료에 근거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자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를 포함한다고 말한다.
아직 부족한 지식으로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견해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근거이론에 대한 팽팽한 두 학자의 견해를 면밀히 살펴보며 끝맺지 못한 두 학자의 갈등과 분화의 이유를 탐색해 보는 것도 근거이론을 탐구하는 과정을 흥미롭고 풍부하게 해줄 것으로 생각된다.
3. 소결
근거이론을 설명하는 교재와 연구들에서는 ‘연구자가 수집한 자료에 근거를 둔다’는 말을 근거이론을 대표하는 표현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자료에 근거하지 않은 연구는 또 무엇일까? 김인숙·장혜경(2014)이 서문에서 밝혔듯이 그 자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를 포함하는 것일까? 필자는 기반한다(grounded)는 개념을 자료 그 자체라기보다 자료가 존재하는 현장을 포함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근거이론은 이론을 중심으로 실천을 해석하기보다, 현장 있는 날 것의 자료에 기반해 새로운 이론을 창출한다는 측면에서 실천가들에게 매우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글레이저냐, 스트라우스냐를 떠나 열린 마음과 자세를 갖고 자료를 대하고, 현장에 기반하여 새로운 이론을 발견하기 위한 도전이야 말로, 사회복지 학문을 하는 이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근거이론은 질적 연구를 통해 연구자가 이루고자 하는 이상(理想)의 종착지를 명료하게 해준다. 연구자는 수많은 학자들의 견해와 논증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고자 한다. 연구는 길을 찾는 과정이다. 연구자는 길 위에서 끊임없이 두 가지의 성취를 갈구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기존 이론의 확인이거나, 새로운 이론 출현의 목도(目睹)이다. 근거이론을 통해 중간 범위이론(mid-range theory)을 생성할 수 있다는 것은 연구자에게 매력적이다. 더욱이 다른 질적 방법에 비해 자료 분석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명확하다. 이것이 질적 연구자 중 많은 이들이 근거이론을 선택하는 이유일 것이다.
§ 에필로그
스토리를 좋아하는 연구자로서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분기는 쟁점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한다. 수많은 학자들처럼 학문적 연마를 통해 글레이저와 스트라우스의 분기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밝힐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김영천(2013), 질적연구방법론 Ⅱ. 경기: 아카데미프레스.
김인숙(2011), 근기이론의 분기: Glaser와 Strauss의 차이를 중심으로. 『사회복지연구』, 42(2): 351-380.
장윤영, 권지성, 김명성, 김유라(2012),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의 직업 경험에 관한 근거이론 연구,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4(4): 297-331.
정희원, 장경호, 황명진(2011). 베이비 붐 세대의 장기요양 준비 과정에 대한 근거이론접근의 질적연구. 『한국사회복지질적연구』, 5(2): 127-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