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전기계량기함에 딱새가 둥지를 만들다.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있는 새들은 참새, 비둘기, 까치, 까마귀 정도이나 우리나라에는 300여종의 새가 서식하거나 철새로 우리나라를 지나가며 거처로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새들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조류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거나, 취미 수준이 높은 분들에 한해서이다.
우리 집 주변에서 참새와 비둘기 이외에도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새들이 있는데, 그 새들은 박새, 딱새, 멧비둘기, 직박구리, 오목눈이, 때까치 등이 있다. 이 새들은 산속에서만 아니라, 산 근처, 도심 곳곳에 숲, 또는 나무가 있다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새들이라서 조금 유의깊게 바라본다면 참새와 비둘기와 다른 새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있는 곳은 아차산 근처이기는 하지만, 숲과 붙어 있지는 않다. 몇 주 전 봄에는 송화꽃가루가 차를 노랗게 덮을 정도였으니, 숲과 멀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4월달 언제인가부터 딱새가 집 앞에 전선줄에 앉아서 자주 지저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올해 봄에는 딱새가 자주오네”하며 기분좋게 지저귐을 듣고 있었다.
딱새는 참새보다 조금 크지만 보통은 참새와 구분하기 힘들어서 참새인줄 알 것이다. 참새보다는 색이 조금더 이쁘다. 전체적으로 짙은 검은색과 흰색, 주황색이 있고 옆 부분에 흰 점이 ‘딱’ 붙어 있다고 해서 딱새라고 했다고 한다.
너무 자주 집 앞에 나타나서 사무실 근처 어디인가에 둥지를 만들었나 싶었다. 보통 새들은 둥지가 노출되지 않게 전략을 쓰는데, 둥지 근처 어디인가에 앉아서 한참을 지저귀면서 주변을 살핀다. 주변에 아무도 없어 위험이 없다고 판단되면 둥지에 쏜살같이 쏙 들어가서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둥지를 수선하거나 하는 등의 일을 하고 빠른 속도로 나와서 사라져버린다.
그래서 딱새가 계속 주변에 왔지만, 둥지가 어디있는지 알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어느날 골목에 서서 유심히 딱새가 어디로 움직이는지 살펴보았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 둥지를 만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건축물 옆에 전기계량기함이 있는데, 계량기함 케이스가 조금 허술하여 구멍이 있다보니 그 속에 둥지를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새끼들의 지저귐이 들리지 않아 진짜 둥지가 있나 싶었는데, 몇 일 지나니 어미새가 먹이를 주러 들어갔을 때 새끼새들의 지저귐 합창이 시작되었다. 새들은 부화한지 한달정도면 다 커서 날아가기 때문에 성장의 속도가 빠르다. 4월 중순부터 딱새가 집앞에 자주 오기 시작하였는데, 5월 중순정도에 새끼새들은 모두 날라갔다.
날아가기 몇 일 전부터 어미새는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러 둥지로 들어가지 않고, 주변 전기줄에 앉아서 한참을 지저귀고 있었다. 새끼새들이 밖에 나와서 먹이를 받아먹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드디어 첫째 새끼가 거의 다 커서 둥지밖을 나와서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잠시 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다가 어미새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몇 일 지나지 않아 모두 둥지를 떠났다.
새들이 다 떠난 것을 확인하고 전기계량기 함 뚜껑을 열고 내부 둥지를 정리했다. 딱새에게 이곳이 둥지로 적당했겠지만, 내부에 전선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새들에게도 위험하고, 혹시 계량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아쉽지만 정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깨끗하게 정리하고 새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두었다.
둥지 만들 곳을 막아버려서 딱새가 다시 오지않겠지만, 그래도 이곳이 둥지를 만들기에 적당한 곳이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인공새집을 구입하여 그 근처에 매달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