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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Jul 02. 2024

등의 안부

꽉 찬 지하철.

꽉 찬 환승통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나뉜 채 각자

한쪽으로만 한쪽으로만 걷는다.


-괜찮아요?

-응.


화요일 아침.

모두 말들은 없지만

등으로 말한다.


-괜찮아요, 다들?

-응.


무거운 표정들.

저건 혹시 내 표정일까.


무심한 얼굴들.

난 그중 누구의 얼굴과 닮았을까.


화요일 아침.

등에게 안부를 묻는다.


괜찮아요, 정말?



풀이: 서울 5호선 신길역 지하 통로는 지하상가를 중심으로 이쪽과 저쪽이 나뉜다. 사람이 붐비는 출근길. 갑자기 멈춰 서서 바라보면 사람들의 등만 보인다. 수십 개의 등이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등'은 바쁘다. 아직 화요일밖에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야 할 곳은 있지만 목적지를 잃은 듯 보이는 '등'들. 그중 뒤돌아보는 등은 없다. 그래서 문득 등의 안부를 묻고 싶어 끄적여 보았다.


저기요... 괜찮아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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