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친구분의 동생께서 인삼 농사를 지으신다. 금산 출신인 엄마와 엄마 친구분은 인삼을 드셔서인지 평소에도 기초 체력이 꽤 좋으시다. 인삼 깎는 일에도 달인이고 인삼차를 만드는 일에도 장인급이다.
총 세 묶음을 주문하여 한 상자는 평소 명절마다 온갖 과일, 우족, 한우 등으로 나를 챙겨 주시는 대표님께 보내 드렸다. (나를 제자로, 글 친구로, 옛 편집자 직원으로 아껴 주신다.) 한 상자는 사랑하는 큰아버지께, 나머지 한 상자는 우리 가족 몸보신용으로 챙겨 두었다.
올해 인삼은 작년에 캐려다가1년 더 묵힌 인삼이라 했다. 5년 된 인삼이라 더 좋을 거라는 소식을 듣고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올겨울 나의 목과 몸과 맘을 따뜻하게 데워줄 인삼. 자연은 이렇게 우리를 소리 없이 지켜 준다.
자기 멋대로 자랐는지 모양은 좀 제각각이었지만 받아 보신 분들이 인삼이 좋다고 흡족해하시니 나 역시 안심이다. 그런데...
<근데 이제 더는 인삼 안 심는대.>
엄마의 통화를 엿듣는다. 엄마를 통해 인삼을 주문했던 동네 아주머니와 사촌 동생에게 내년의 인삼 소식을 미리 알리는 엄마다.
이런 귀한 인삼을 더는 못 본다니... 이제 인삼 농사를 안 지으신다니...
그간 인삼으로 인심을 나누고 고마움을 전달했는데 이젠 어렵게 됐다. 인삼 농사가 워낙 힘들어 주변에서도 인삼 농사를 말린다고 한다. 고구마는 그저 땅에 뿌리면 잘도 알아서 자라는데 인삼 농사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물론 고구마 농사도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인삼에 비하면 던져 놓는 대로 쑥쑥 잘 자라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올해는 배추와 무 값이 비싸져서 다음 해에는 배추나 무 농사, 그리고 고구마 농사에 더 주력을 해 보실 요량이라고 하신다.
그간 따듯한 인삼을 잘 길러 보내 주신 정성을 기억하며, 얼굴도 모르는 그농부님의 농사가 부디 앞으로도풍성한 수확을 맺길 바란다... (그.. 그런데 인삼 농사 정말 그만두시나요?)
자연에서 왔고, 인간의 섬세한 손을 거쳐 더 착실히 살이 오른 인삼. 인삼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뭔가 향긋한데 다가가 보면 정말 알싸한 향이 난다. 생각보다 쓰지만 먹다 보면 꽤 귀한 약이 된다. 미삼(인삼의 잔뿌리)의 그 잔가지들은 그냥 간식으로 집어먹어도 좋다. (미삼은 쓴맛이 그래도 덜하다.) 인삼 축제에서는 인삼을 튀김으로도 판매하는데, 인삼의 변화무쌍한 변신은 한겨울, 꿀과의 조합에서도 살뜰히 드러난다. 꿀인삼차. 이만한 겨울 대비도 없다.
몸이 찬 편이라 난 인삼이 얼추 잘 맞는다. 종종 지인께 인삼을 챙겨 드리는데 지인께서도 인삼 덕분에, 그리고 인삼을 보내 준 인심 덕분에 늦가을과 초겨울이 따뜻했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