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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단 하나뿐인 편집자

by 봄책장봄먼지 Mar 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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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단 하나뿐인 편집자>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던  갑자기 이런 소식이 들려온다.


호니: 봄먼지봄책장이었나? 봄책장봄먼지였나?
아빠: 봄책장봄먼지
현니: 할아버지 책, 서점에 나왔나?
엄마: 아직. 마지막으로 다듬고 있어.
호니: 엄마 나 어른 돼서 작가 되면 이모 출판사에서 책 낼래.



나, 어른 되어서 작가 되면
이모 출판사에서 책 낼래.



 이모가 바로 나예요..+ _+

출처: https://naver.me/FCAmikyf 갈무리

어깨가 무겁다. 그러나 즐겁다. 내 사랑 쌍둥이 조카가 원하는 일이'시'라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됐다! (물론 지금은 아직 마음만 준비되어 있음.)


우리 둘째 조카 호니를 소개하자면...

이모: 호니는 꿈이 뭐예요?
호니: 작가.
할아버지: 호니야, 작가가 되려면 말이야.
호니: 네!

할아버지: 일단 많이 읽어야 해.
호니: 저 책 많이 읽어요. (초1 때 1000권 읽고 담임 선생님께 42색 색연필 선물 받음. 물..물론... 동화책 위주 ㅎㅎ)
할아버지: 그리고 많이 생각해야 해.
(이모: 할아버지, 혹시 정약용이세요? 다독 다상량... )
허니: 네! (4세 때 <밤새 읽는 책>인가 하는 2페이지 동화를 씀. 물론 그땐 글자를 잘 몰라서 자기 엄마가 대필.)
할아버지: 그리고 많이 써 봐야 하고.
이모: 맞아, 맞아. 그리고 경험도 풍부하면 더 좋고.


무명작가인 할아버지와 어설픈 편집자 봄봄 이모(=나)는 이렇게 말만 많다. 사실 아버지 작가님과 <아버지의 단 하나뿐인 편집자>인 이모는 책 내기 그 이상의 길은 가 보지 않았다. 그래서 작가로서 성공하기, 멋진 작가 되기, 이런 길은 잘 모른다. 그래서 조카에게 '작가 되기 비법' 같은 것을 알려 줄 수도 없다.


그래도 난 호니를, 내 조카의 꿈을, 미래를 믿는다.


우리 호니는 제법 오래 작가의 꿈을 지니고서 혼자 자기만의 방에서 이것저것 사부작사부작거릴 줄 아는 녀석이다. 그러니 나의 조카는 우리와 다르게 즐거운 마음으로 이 일에 오래오래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조카 호니가, 그리고 호니처럼 작가를 꿈꾸는 어린 새싹들이 자기만의 방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자기만의 꿈을 느긋하게 즐기기를 바란다.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하루하루 음미하며 살아 나가기를! 그 과정에서 자신을 좀 더 사랑하게 되기를..!


나의 조카가 꿈의 한 장 한 장을 넘기는 중이다. 그 길 곁에서 이모 또한 영혼을 다해 조카의 글을 편집하고 싶다. 조카가 고르고 골라낸 낱말들에 즐겁게 파묻히고 싶다. 더 반짝반짝 조카의 책을 다듬어 주고 싶다.


그렇게 '너'의 단 하나뿐인 편집자가 되고 싶다.

아니, 아니다. 여러 출판사 가운데 너의 '일개 출판사'가 되고 싶다. 나는 너의 첫 도움닫기, 너의 모든 찬란한 날들에 작은 시작이 되고 싶다.



이렇게 나는 <아버지의 단 하나뿐인 편집자>에서 <조카의 사랑스러운 편집자>가 되어 간다. 아버지가 소설을 쓰지 않으셨다면 생각도 못 했을 일들이다.


<아버지의 단 하나뿐인 편집자>는 오늘도 아버지 덕분에, 조카 덕분에 조금씩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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