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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선경 Feb 09. 2020

우리는 정말
선택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

내 친구 중 하나는 커피를 가려 마신다. 인스턴트커피를 먹지 않는 단계를 넘어 A 카페 커피만 고집하는데 근처에 A 카페가 없으면 아무리 많이 걷더라도 A 카페를 찾아 헤맨다. B 카페는 원두를 너무 많이 태웠으며 C 카페는 걸레 빤 물과 다를 바가 없다고 흠을 잡는다. 


또 다른 친구는 특별히 쓰는 향수가 있다. 무척 고가지만 향수가 떨어질 기미가 보이면 초조해진다고 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향기를 가지고 싶고 자신을 떠올리면 동시에 그 향기가 떠오르기를 바란단다.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갈래? 해서 동네 분식집으로 가는 줄 알았더니 40분이나 차를 몰아 어느 여대앞까지 갔다. 이 집 떡볶이가 자기 입맛이 딱 맞는다는 것이다. 김말이 튀김을 넉넉한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다. (국물에 김말이를 통째로 넣었다가 기름 뜬다고 욕먹었다.) 


 

맥주는 G만 마시고 옷과 악세서리도 자신의 취향을 잘 아는 친한 주인이 있는 편집숍에서 사며 머리도 자신의 머릿결과 두상의 특징을 잘 아는 단골인 헤어디자이너에게만 맡긴다. 디자이너가 미용실을 아주 멀리 옮겨도 그 디자이너를 따라  산 넘고 물 건너 머리하러 간다.  


 선택은 더 디테일해지고 고집스러워졌다. 우리는 선택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 우리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더 강해졌을까? 

  인생에서 중요한 것, 결정적인 것. 이를테면 가치관이라던가 적성이라던가. 그에 관련해서는 얼마나 선택의 여지가 있을까?  페미니스트이지만 직장상사의 여혐 발언에 저항하지 못하고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지만 개발제일주의 건설회사에 다니며 전형적인 저녁형 인간인데 새벽 여섯시에 통근버스를  탄다.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에서는 선택권을 빼앗겼다.  


 가치관과 적성에 따라 일자리를 선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모든 것은 돈이 결정하고 우리는 그냥 뽑아주면 고맙고 내쫓지 않으면 더 고맙다. 정말 중요한 일에서는 선택권을 빼앗기고 우리는 사소한 것, 안전한 것, 뭘 선택하든 특별한 이득이나 손해가 없는 것. 즉 기호나 취향에서 자기주장을 하며 까탈을 피운다. 

 인간은 모두 개별자이므로 그렇게 해서라도 나의 독립성을 인정받고 싶다. 커피나 화장품의 선택을 내 맘대로 하면서 ‘내 삶의 주인은 나’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 안티구아’가 떨어져서 그냥 카누를 마셨더니 하루가 영 불만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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