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족의 힘(自足)을 기르다
외식이 번거로웠던 여행날의 기록이다.
한국에서라면 '여행은 곧 식도락'이요, 여행지에 가면 '맛집'이라 불리는 곳에 당연하듯 줄을 섰다. 그러나 이곳에선 달랐다. 미국 외식 물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비쌌고, 큰 맘먹고 들어간 식당에서조차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기가 드물었다.
미국 여행은 로드트립이 주를 이루었다. 도시 간 이동 중에는 밥 사 먹는 일이 큰 부담이었다. 달리던 경로를 빠져나와 네 식구 배를 채울 곳을 찾고, 메뉴판을 읽고, 음식값과 팁을 치르는 일이 번거롭고 성가시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미국 여행은 장비발 일지도 몰랐다. 끼니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본 조리도구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될 터였다. 물 끓이고 밥 지어먹을 기구만 있다면 적어도 밥 굶을 일은 없으니까. 어떤 대단한 장비가 필요한 건 아니었다. 여행에 짐이 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도구를 구비해 두루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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