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주는 자유
어마한 양의 캐리어 짐을 끌고 한국 집 현관 앞에 다다른 건 무섭게 이글대던 해의 기세가 막 꺾일 무렵이었다.
카펫 아닌 맨들맨들 익숙한 바닥 감촉이 발바닥이 닿는 순간 돌연 무사귀국의 감동이 몰려왔다.
"우리가 정말 집에 온 게 맞네.",
"여기가 한국이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 않아"
끝나가는 미국 생활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던 게 언제였나. 우리는 집에 돌아온 감격을 실컷 떠들다가 벅차오르는 기운을 끌어안고 그대로 잠이 들었다.
반짝 눈이 뜨인 건 다음날 아침 6시경이었다. 가족 모두가 한 번도 깨지 않고 까만 밤을 통으로 보냈으니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차적응이었다. 무려 16시간의 비행을 견딘 우리가 이렇게나 말짱할 수 있다니, 거짓말처럼 신기한 일이었다.
우리는 본죽으로 달려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제 몫의 국그릇을 비워냈다. 긴 비행으로 편치 않았던 속이 비로소 진정되었다. '하루 걸러 다이소 꿈을 꾼다' 하던 딸아이를 데리고 다이소 오픈런도 했다.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단골 미용실과 안경점에 들렀고 가족 주치의를 찾아가 치아의 안녕도 확인했다. 참고 미루고 묵혀 둔 일들이 하나하나 해결되었다. 오랜 익숙함이 주는 자유를 만끽하며 우리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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