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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밥'과 잔반

잔반으로 차린 혼자만의 밥상

by 서지현

엄마는 갓 지어낸 밥을 '새 밥'이라 불렀다.

"씻은 쌀 밥솥에 안치기만 허면 '새 밥'이 되는디, 뭐 하러 밥을 몽땅 해서 맛없게 먹어~"

누구를 향한 나무람인지 모를 말들을 구수한 사투리로 뱉어 가며 엄마는 그렇게 매 끼니 '새 밥'을 지었다.



엄마의 '새 밥'을 먹은 나는 어디 한 구석 아픈 곳 없이 자라났고, 자연스럽게 '새 밥' 짓는 걸 당연히 여기는 엄마요, 주부가 되었다. 이제와 내 어린 날의 밥상을 떠올려 보건대, 엄마의 '새 밥'이란 비단 밥만이 아니었다. 찬과 국과 간식, 엄마가 가족에게 내어준 그 모든 집밥 음식이 온통 '새 밥'이었음을 부득불 깨닫는다.





'새 밥'의 반대말은 '잔반'이다.



가능한 한 '새 밥'을 짓고 싶은 나의 시선은 언제나 '먹다 남은 음식'을 향해 있다. 사전적 의미로 치면 '잔반'인 셈인데, 단어가 내포한 부정적 어감 탓에 썩 좋지 않은 감정이 올라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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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의 쓸모>와 <아날로그인>을 지었습니다. 오늘 밥을 짓고, 또 문장을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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