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수정 Nov 07. 2019

레고랜드로 가는 길

40만 원 속도위반 티켓 끊은 건 안 자랑

레고랜드 호텔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미국 서부 여행을 앞두고 남편은 고민에 빠졌다. 지인들은 아들이 둘이면 레고랜드는 꼭 가보라고 했다. 그리고 기왕이면 레고 호텔에서 묵으라고 했다. 예약을 위해 금액을 살펴보니 너무 비싸다. 레고랜드 호텔 2박과 레고랜드 2일 권이 100만 원에 달한다.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금액이지만 다시 오기 힘든 곳이라는 합리화가 결국 결제를 하게 만들었다(디즈니랜드의 가격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5박 6일의 서부 여행 계획을 짰다. 계획은 대략 이렇다. 첫날 아침 일찍 출발해 로스앤젤레스(LA)의 게티센터(The Getty center)를 둘러본 뒤 LA에서 점심을 먹는다. 다시 샌디에이고로 출발하면 저녁쯤 레고랜드 호텔에 도착한다. 그다음 날부터 이틀간 레고랜드를 즐긴 뒤 3일째 되는 날 오후 다시 LA로 출발한다. 디즈니랜드 근처의 호텔에서 묵은 뒤 다음날 하루 종일 디즈니랜드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온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도 가고 싶었지만 아이들 컨디션을 고려해 과감히 제외했다.)


자 이제 출발이다. 첫 번째 목적지인 LA 게티센터까지는 쉼 없이 달려도 5시간 30분이 넘게 걸린다. 자는 아이들에게 옷을 입힌 뒤 차에 태웠다. 밖은 아직 어둡다. 한국에서도 명절에 젤 막힐 때 6시간 걸렸었다. 오늘은 얼마나 걸릴까.


가는 길은 끝이 보지 않는 직선의 도로다. 몇 시간을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경찰차가 우리에게 차를 세우라며 따라왔다. 뭐지? 이건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다. 일단 오른쪽으로 차를 세웠다. 경찰은 우리가 규정 속도를 위반했다고 했다. 최고 60마일인데 우리는 90마일로 갔단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우리가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 몰랐다.


변명을 하자면, 우리나라 속도 단위는 km지만 여긴 mile을 쓰니 감이 오지 않았다. 90 mile을 km로 바꿔보니 145km라는 걸 알고 나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도로 양 옆으로는 평원뿐이고 다른 차들도 빨라서 빠른 줄 몰랐다. 미국 경찰이 끊어준 티켓을 받아 들었다. 남편은 속도위반 티켓 벌금이 얼마인지 찾아보라고 했다. 우리나라 돈으로 40만 원에 달할 거라는 검색 결과를 보고 남편은 여행 첫날부터 기분이 상할 대로 상하고 말았다.


(여행을 마지고 출국할 당시 우리가 끊은 속도위반 티켓에 대한 벌금 책정이 되지 않아 그냥 돌아왔다. 우린 얼마 전에야 벌금액이 366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가 게티센터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다 돼서였다. 오다가 간단히 아침을 먹었으니 점심은 뮤지엄을 둘러본 뒤 먹기로 한다. 이곳은 미국 석유회사 재벌인 폴 게티(Paul Getty)가 사진의 소장품을 기증해 설립한 LA 최대 미술관으로 일반인에게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고흐의 ‘아이리스’, 세잔의 ‘사과’, 마네의 ‘봄’ 등 유명한 미술작품으로 유명하다.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가 설계한 센터 내의 모든 건물은 건축물로서도 매력적인 곳이며 정원 또한 무척 아름답다.


남편은 왼쪽의 시몬 데니스의 작품이면 집에 걸어둘 수 있겠다고 했다. 게티센터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세잔의 아이리스. 오른쪽 작품은 정말 아름다워 감탄하며 보았다.

시간이 여유로웠다면 천천히 둘러보았을 텐데 그럴 수가 없다. 아침부터 차에 실려온 탓에 6세 아이는 피곤해했고, 3세 아이는 돌아다니고 싶어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관에 자주 오면 좋다던데, 그러려면 역시 훈련이 필요하겠다 싶다. 나는 유명한 작품 앞에서 몇 장 사진도 찍었지만 우리 집 남자 3명은 별 관심이 없다.


점심으로 LA 갈비를 먹어 보기로 한 건 순전히 호기심에서였다. 진짜 LA 갈비는 맛있나 하는 궁금증 말이다. LA의 분위기는 산호세와 사뭇 다르다. LA 한인타운에 있는 고깃집에 들어가니 여기가 홍대 골목인지 미국인지 분간이 안 간다. LA갈비라고 별 건 아니구나 라는 답을 얻긴 했지만 아이들이 잘 먹었으니 그걸로 됐다.



다시 두 시간쯤 달리자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레고랜드가 가까워진다. 레고랜드로 향하는 길엔 레고로 만든 피규어들이 서있다. 잠을 자는 아이들을 흔들어 깨웠다. 졸린 눈으로 바깥을 보던 아이의 눈이 점점 커진다. 다 큰 어른이 봐도 설레는데 아이들이 보기엔 어땠을까. 레고랜드 호텔 주차장에 차를 댄 뒤 호텔로 향했다. 그곳에 발을 들이자 아이들을 위한 천국이 펼쳐졌다.


레고랜드 캐슬호텔의 로비
당연한 얘기지만, 레고랜드엔 레고가 차고 넘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