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세에서는 테슬라가 정말 흔하다. 한국에서 현대차인 소나타, 아반떼를 보는 것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바로 테슬라다. 개인적인 체감으로는 10대 중 적어도 1대는 테슬라인 것 같다. 내가 처음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날, 산호세로 향하는 도로에너무 많은 테슬라 차가 있어서 솔직히 좀 놀랐던 기억이 난다.
올해 상반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다. 13만 4300대가량이 팔렸는데 전체의 57%가 미국에서 판매됐다. 캘리포니아, 특히 산호세엔 왜 이렇게 테슬라가 많은 걸까?
산타 클라라 시내의 테슬라 슈퍼차저.
산타 클라라 시내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테슬라의 헤드쿼터(Headquarters)는 산호세 팰로 알토(Palo Alto)에 있다. 공장은 캘리포니아 서부 프리몬트에 위치한다. 테슬라가 상하이에 건설한 중국 공장 이전에는 이 공장에서 테슬라의 모든 자동차가 생산됐다. 이곳에서는 차를 신청하면 2주 만에 테슬라를 만날 수 있다 했다. 현지에 살고 있는 이는 “적어도 이곳에서는 BMW 전 기종 판매량보다 테슬라의 판매량이 더 많다”고 했다.
테슬라의 본거지인 만큼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전기차 구입 시 세금 공제 혜택을 줘왔다.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한 정책으로 이 혜택을 받으면 전기차도 일반 내연기관 차량의 가격과 겨룰만 해진다. 테슬라의 충전 인프라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산호세에서는 쉽게 전기차 충전기를 볼 수 있다. 호텔, 마트, 도서, 식당가 등 주차장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든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여기에는 테슬라 기업이 주는 이미지도 분명 한몫한다. 전기차 유저가 갖는 친환경적이면서얼리어답터적인 이미지에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테슬라가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진다. 실제로 그렇든 그렇지 않건 간에 말이다.
올해는 전기차 구입 시 주는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하지만 산호세에서 테슬라는 여전히 인기 있는 차다. 자동차 생산이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전 겪었던 많은 부침과 전기차 생산 기업을 향한 기존 자동차 시장의 시샘 등에도 테슬라 고객의 충성도는 여전하다.
테슬라 차를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산호세인가 싶어 찾아보니 꼭 그렇진 않은 모양이다. 올해 상반기 국가별 전기차 판매 비중은 노르웨이가 가장 높았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자동차 3대 중 1대는 전기차였고, 올해 3월과 6월에는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이 각각 69.5%, 57.8%에 달했다. 그중 가장 많이 팔린 차 역시 테슬라 모델3다. 노르웨이에서 올해 상반기에 판매된 테슬라 모델3는 약 1만 560대로 집계됐다. 노르웨이 수도 오슬로에는 테슬라 택시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노르웨이는 202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중단하고 배출 제로 차량만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에 대한 평가와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150여 년 이어져 온 내연기관의 하락세는 분명해 보인다. 기존 자동차 회사에서도 앞다투어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으며 인프라는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가 흔한 산호세에서 나는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본 기분이다.
4년 전 모델3를 사전 예약한 남편은 출장을 떠나기 직전인 7월 말, 테슬라가 올 하반기 한국에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타던 전기차를 팔고 헐가분한 마음으로 출장을 떠났다. 그런 남편이 산호세에서 테슬라를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산호세에서는 너무 흔한 테슬라 차를 보며 3개월 뒤 한국에 돌아가면 바로 차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 모델 3는 출시 전이다. 우리는 내년 상반기나 돼야 차를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슬픈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