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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된 사람들

불이 꺼진 게 아니라, 너무 오래 타버린 거였다

by 하룰

1화. 불이 꺼진 게 아니라, 너무 오래 타버린 거였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할 때가 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무거운 날.

사람의 말이 귀에 닿지 않고, 커피 향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묻는다.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지?”

하지만 그건 게으름이 아니다.

번아웃은 불이 꺼진 상태가 아니라, 너무 오래 타서 투명해진 상태다.


우리는 책임감으로 자신을 움직이고,

타인의 필요에 응답하며 하루를 버틴다.

“나만 힘든 게 아니니까”, “그래도 해야 하니까.”

이런 문장은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동시에 서서히 소진시킨다.

어떤 사람은 타인의 슬픔을 어깨에 얹고,

어떤 사람은 조직의 기대를 등에 진다.

그 무게를 오래 들고 있으면, 언젠가 마음의 관절이 삐끗한다.

그리고 그 순간을 사람들은 ‘번아웃’이라 부른다.


우리가 지쳐 있는 이유는 단지 일 때문이 아니다.

모두 자기만의 의미로 생긴 과로’ 때문이다.

일의 목적, 타인의 행복, 사회의 정의 같은

거창한 단어에 몰입할수록 정작 ‘나’를 돌보는 일은 뒷전이 된다.

삶의 의미를 열심히 찾다가,

결국은 의미에 짓눌려 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번아웃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

잠시 멈추는 용기가 필요하다.

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선 먼저 식혀야 한다.

쉼은 게으름이 아니라, 다시 타오르기 위한 준비다.

무너졌다고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이건 실패가 아니라, 재정비의 시간이다.


이 시리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너무 오래 타서 빛을 잃었지만,

여전히 잿속에서 작은 불씨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이번엔 더 천천히, 더 나답게,

‘불타오르는 삶’이 아니라 ‘따뜻하게 타오르는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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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