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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지쳤다

좋은사람 컴플렉스

by 하룰

2화. 지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지쳤다

완벽주의, ‘좋은 사람 콤플렉스’가 만든 자기소진 구조


나는 늘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가 부탁하면 “네”라고 말했고, 누가 힘들다 하면 내 일처럼 마음을 썼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오늘도 무너진 균형 위를 버텼다.


하지만 문득, 그런 하루가 쌓이고 나니 이상하게도 몸보다 마음이 먼저 아팠다.


“나는 왜 이렇게 지치는 걸까.”

돌이켜보면 ‘지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애쓴 날들이 많았다.


일을 미리 처리하고, 사람들의 눈치를 세심히 살피고, 나를 먼저 챙기지 않던 습관.


그건 책임감이 아니라, 인정받고 싶었던 완벽주의의 그림자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은 어쩌면 사회의 미묘한 기대와 연결되어 있다.

“성실하고, 다정하고, 실수하지 않는 사람.”

이 조건을 채워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이 우리를 쉼 없이 달리게 한다.

하지만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좋은 사람’이라는 타인의 기준 속에서 자신을 지워내면 결국 남는 건 공허함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덜 좋은 사람’이 되기로 했다.

조금 느려도, 때로는 모난 사람이라도 괜찮다고 말해주기로 했다.

누구보다 나 자신에게 먼저.


지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더 많은 노력이나 완벽한 일정표가 아니다.

진짜 회복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진짜 나’로 다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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