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받지 못한 휴식
5화. 괜찮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허락받지 못한 휴식, 무너져야 비로소 회복이 시작되는 이유.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까지, 나는 오래 걸렸다.
몸은 이미 여러 번 신호를 보냈지만
‘아직은 버텨야지’라는 생각이 늘 앞섰다.
쉬는 것조차 죄책감이 드는 사회에서
휴식은 언제나 ‘허락받아야 가능한 일’처럼 느껴졌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포기하지 마라”, “끝까지 해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래서인지 멈춘다는 건 곧 실패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기계도 과열되면 식혀야 하듯,
우리 역시 멈춤이 있어야 다시 나아갈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휴식의 역설(paradox of rest)’이라는 개념이 있다.
휴식은 ‘생산하지 않는 시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회복을 위한 가장 생산적인 행위’라는 뜻이다.
무너짐은 부정적인 일이 아니라,
다시 살아나기 위한 재구성의 과정이다.
나 또한 번아웃의 끝에서 배운 것이 있다.
‘괜찮지 않음’을 인정할 때,
비로소 ‘괜찮아지는 길’이 열린다는 것.
이 단순한 진실을 받아들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지금의 나는 더 이상 완벽하려 하지 않는다.
가끔은 일을 미루고, 침묵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택한다.
그런 날이 쌓일수록 이상하게도 더 단단해진다.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기보다,
무너진 자신을 부드럽게 안아주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다시 살아보기 위한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