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키가 자란다. 거실 벽에는 뺄셈 기호가 하나둘씩 생겨난다. 그러니까 뺄셈이란 더해가는 것이다. 지워져 가는 덧셈이다. 마치 사탕과 초콜릿을 먹고 다 썩은 이를 환하게 드러내는 아이의 기억이다. 나도 그랬다. 내 우울을 고집스럽게 지켜내던 뺄셈들. 더 이상 뺄 것 없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컹컹 짖어대는 강아지처럼 허무와 맹랑을 더하고 싶었던 날들. 나와 그림자를 더하면 결국 가을이 오겠구나 싶었던 밤들. 그렇게 10월의 가을밤은 초승에서 보름으로 마음 옮겨가고 있다. 이제는 더한 것들에서 마음을 빼야 하는 시절. 1 더하기 1은 1이라고 답해야만 하는 시절. 견딜 수 있는 시절. 내 키는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들이 자라나 단단한 춤이 되어가는 계절. 이 모든 것을 더하면 내가 된다. 내가 끝내 키를 재며 서 있을 곳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