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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마음조각가 Oct 31. 2022

10월 29일과 30일

감정페르케 _ 용서하지 못할 것만 사랑했다

타투처럼 마음에 새겨지는 하루. 나는 이 하루를 쉽게 건널 수 있을까. 폭이 좁은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또 하나의 계절이 흐른다. 세월은 언제나 급박하구나. 슬픈 것들이 슬퍼할 사이도 없이 개울은 내를 건너 강을 이루는구나. 처음부터 강을 건널 수 있는 슬픔이란 없다. 단지 더 큰 슬픔이 보다 작은 슬픔을 품을 뿐이다. 강폭은 점점 넓어지고 세월은 급박하여도, 마음을 뭉뚱그리는 사람들. 결국 하나둘씩 바지의 밑단을 걸어 올리고 슬픔의 강을 건넌 사람들. 리트머스 종이 같은 내 꿈속에서 길의 강물이 운다. 그동안 내 곁에서 눈물을 감별해 주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나는 다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사랑'이라고 쓴다. 길의 강물에서 '사랑'이 흘러간다. '나'를 지우지 않고서도 '우리'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희망은 사랑. 강바닥에 주저앉은 조약돌 하나를 주워 오늘의 기억을 박박 지워내도, 지워진 흔적으로 새겨질 물의 문장. 흘러가는 것들은 결국 흘러 어디쯤에서 흘러가지 않는 걸까. 어제와 오늘 사이, 슬픔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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