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망고(Green Mango)-1부

(단편 소설) 19금 아님!!

by 벼랑끝

그린 망고(Green Mango) - 1부


그녀의 뒷모습은 흡사 마네킹 같다. 잘록한 허리와 곧은 다리는 크지 않은 키를

크게 보이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몸에 착 달라붙은 검은색 미니 원피스는 허리와 엉덩이 라인을

완성시켜 그날 따라 그녀를 더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챙 넓은 모자로 햇볕을 가리고 가슴에 뭔가를 안고 걷고 있는 모습은 골목길의 지저분한 거리와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아 초록색 아오리 사과 사이에 툭 불거진 붉은 사과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뒷모습을 본 사무엘이 운전 중에 고개를 돌려 내게 물었다.


“형! 형! 저 여자 좀 봐. 정말 섹시하지 않아? "

"우와! 외국인 같은데 저런 여자가 왜, 이런 동네를 돌아다니지?"


가이드 동료인 사무엘은 자기 차로 나를 집으로 바래다주는 길이었다.

이 동네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외국인이 많지 않다는 걸 사무엘은 알고 있었다.


“나 저 여자 누군지 알아, 카오리 야” 사무엘이 놀랜 눈으로 날 쳐다본다.


-사무엘 : “형이 어떻게 저런 여자를 알아”

-나 : “내 옆 방 사는 일본 사람이야, 얼굴은 별로야.”

-사무엘 : “태우고 가자”

-나 : “집 다 왔는데 뭘 여기서 태워 그냥 가”


사무엘은 내 말을 못 들은 척하고는 카오리 옆에 차를 세웠다.

나는 할 수없이 창문을 내리고 카오리에게 말을 걸었다.


-나 : “태워 줄까?”

-카오리 : “걸어갈게요 고마워요”


옆에서 사무엘이 내 쪽으로 몸을 내밀어 창밖의 카오리에게 말을 걸려고 해서 나는

모르는 척 창문을 올려 버렸다. 그녀는 가슴에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가끔 밤에 짖어서 잠을 깨우는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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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세부(Cebu, Philippines) 막탄섬의 부용(Buyoung)이라는 동네에 산다.

바쁜 일상으로 집에서 하루 4시간 이상 있는 날이 거의 없어서 옆방에 누가

사는지 또 건너 채에는 누가 사는지 전혀 모랐다. 사람이 살고 있기는 한 거 같은데

본 적은 없었다.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들렸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처음 이사 올 때 옆방에 일본 여자가 산다는 말은 들었었지만 이런 동네에 사는 일본 사람이라면

나이가 많은 독신녀이거나 일본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 온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처음 카오리를 본 것은 이사를 하고 거의 한 달이 지났을 때였다.

그녀는 긴 홈드레스에 머리띠를 두르고 자기 방 문 앞에 앉아 있었다.

나는 내방으로 들어가는 길에 눈이 마주쳐 어쩔 수 없이 어색한 인사를 했는데,

그녀는 일본인 특유의 친절한 표정으로 인사를 받아줘서 처음 안면을 텄다.


그때는 그녀가 그리 예쁘거나 섹시해 보이지 않았다. 단지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젊은 20대 후반의 아가씨라는 것 때문에 조금 놀라기는 했다.


두 번째로 그녀를 본 것은 의외의 곳이었다. 일 때문에 세부에서 가장 큰 호텔 중 하나

인 “J파크” 에서 미팅을 마치고 동료들과 함께 로비를 걸어 나오는데 낯선 얼굴의

여자가 “굿 모닝”하고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카오리’였다.


호텔 유니폼을 입은 그녀는 집에서 봤을 때와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화장한 얼굴은 세련돼 보였고 옆이 허벅지까지 터진 호텔 유니폼은 그녀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예쁜 여자가 아는 체를 하는데 그냥 지나칠 남자가 있겠는가?

특히 옆에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동료들이 쳐다보고 있으니 더 친한 척을 했다.

동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사를 끝내고 돌아걸 때의 그 불필요한 뿌듯함이라니....

나는 동료들에게 말끝을 흐리며 뭔가 비밀이 있는 것처럼 행동을 했고,

그런 내게 친구들은 질투 섞인 농담으로 장난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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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나는 카오리에게 부쩍 관심이 생겼다.

카오리는 ‘카잔’이라는 필리핀 남자와 내 옆방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카잔은 영화배우처럼 이목구비가 뚜렷한 필리핀 청년이다.

몸매도 훌륭하고 키도 필리핀 사람치고는 큰 편이었다.

처음 그가 내게 인사했을 때 나는 왠지 모를 삐딱함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악수를 하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자식, 잘 생겼네, 몸에 문신은 왜 이리 많아?”

“저 놈이 옆방에서 매일 카오리하고 같이 자는 놈이란 말이지?”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지만 기분은 별로였다.

카잔은 호텔의 하우스 키퍼라고 했다. 나도 잘 아는 꽤 큰 거래처 호텔이다.

하우스 키퍼는 손님이 방 청소를 하거나 호텔의 허드렛일을 하는 직원을 말한다.


카오리와 내가 살고 있는 동네는 예전부터 우범지대로 알려진 곳으로 지금도

비교적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러니 여기에 젊고 예쁜 일본 아가씨가

사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다. 게다가 직업도 변변찮은 필리핀 남자 친구와 사는 것은

정말 특이한 일이다.


어느 날 낮에 일을 끝내고 피곤한 몸으로 터덜터덜 집으로 들어가는데 마당에서

카오리와 딱 마주쳤다. 그녀는 짧은 반바지를 입고 마당 평상에 앉아 뭔가를 마시고 있었다.

간단한 수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카오리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거 뭔지 알아?"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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