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5부)....에필로그
첫째 날,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처음으로 내가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이다.
학교 앞 전봇대 뒤에 숨어 있는 그를 봤을 때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던 난 그를 쳐다보기가 힘들었다.
둘째 날 ,
2시간 후면 그를 만난다.
외출 준비를 하며 셔츠의 단추를 채우다 말고 브라를 갈아입었다.
어제까지는 신경 쓰이지 않던 왼쪽 실밥이 오늘은 자꾸 눈에 밟혔다.
퇴근길에 산 장미향 미스트를 갈아입을 브라의 안쪽에 뿌리고 훅을 채웠다.
그를 만나러 가면서 속옷에 신경을 쓰는 내가 우스웠다.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셋째 날,
코트 주머니에서 바닷물에 젖은 스타킹을 발견했다.
그걸 보면서 "지금쯤 비행기를 탔겠구나"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가 스타킹을 벗을 때 고개를 돌리던 그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웃음이 난다.
그는 다시 내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서 가는 그의 뒷 모습에서 마지막을 느꼈다.
나는 첫사랑을 두 번 했다.
한 번은 내가 사랑한 것이고, 나머지는 내가 사랑받은 것이다.
두 번의 첫사랑을 같은 사람과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이가 들면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것을 알았다.
살아보니 묻고 가는 것이 아픈것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사랑하지 못했던 시간 보다, 사랑했던 시간을 고맙게 여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훨씬 더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 시간 중에 적어도 하나는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니 그것으로 됐다.
충분하다.
첫사랑....(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