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Cebu, Philippines) 남부 투어]
#05. 고래상어 보는 법...
오슬롭 읍내 세븐일레븐을 출발해서 얼마간 달려 고래상어 포인트에 도착했다.
입구에는 언제나처럼 차가 많았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섞여 있지만 대부분이 한국과 중국에서 온 관광객들이다.
이전에는 한국 관광객이 월등히 많았지만 이제 그건 옛말이다.
세부의 어딜 가도 이제 중국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필리핀 관광청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 분명할 것이다.
고래상어 옆에는 항상 많은 물고기 때가 따라다닌다.고래상어 관람 요령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가이드 없이 하긴 힘들지만 혹시 용기 있게 혼자 간 사람이라면 이걸 참고하시라.
<< 고래상어 관람 순서>>
1) 입구에서 이름을 기재하고 매표소에 돈을 내면 영수증에 번호를 써 준다.
2) 대기하면서 필리핀 관광청에서 진행하는 안전교육 및 유의사항 교육을 받는다.
(영어로 진행되지만 그림 설명이 많아 그냥 보기만 해도 이해가 된다. )
3) 안전교육이 끝나면 스노클 장비를 받아서 바닷가에서 보트 타는 곳으로 이동한다.
4) 스노클 세트는 공짜지만 오리발이나 수중 카메라는 추가 요금을 받고 대여해 준다.
(촬영은 보트맨만 할 수 있다. 개인 카메라도 보트맨에게 촬영을 부탁해야 한다.
개인 촬영은 이제 못하게 됐다. 촬영한 파일은 USB 또는 폰에 저장해 준다.)
포인트로 나가는 중
오슬롭 고래상어 참관에 허용되는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5~15명 정도 탈 수 있는 소형 보트를 보트맨들이 저어서 포인트로 나간다.
포인트에 도착하면 물속에서 고래상어들과 30분 정도 함께 물놀이를 할 수 있다.
시간이 짧은 감이 있지만 깊은 바다에서 고래상어들을 피하며 물놀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기에 스노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수영이 익숙지 못한 사람은 10분만 해도 지쳐서
배의 날개에 붙어 오도 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 다이버들이나 수영을 잘하는 이들에게는 관람 시간이 부족하겠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30분이면 관람하기 넉넉한 시간이다.
고래상어를 만지면 벌금이 부과된다.
내가 처음 “오슬롭 투어”를 왔을 때는 관람객이 별로 없었다.
주차장은 비어 있었고 화장실이나 탈의실도 충분했다.
당시에는 “오슬롭 투어”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은 때가 아니어서 지금 보다 훨씬 여유로웠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현지인과 서양 관광객들이 좀 있었을 뿐 이곳은 완전히 한산했다.
그때는 보트맨들에게 1달러씩만 슬쩍 찔러 주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고래상어들과
지칠 때까지 놀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꿈도 못 꾸는 이야기다.
지금은 고래상어 관람장 입구에는 많은 식당과 숙박시설이 들어섰고 유료 주차장과
유흥 시설로 그 일대가 항상 왁자지껄하다.
고래상어들의 출근(?) 시간이 이른 새벽이고 오후 3시면 퇴근(?)을 하니 전날 와서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서 숙박 시설이나 식당은 번창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루 버스 한두 대 밖에 지나지 않던 오지 마을이 몇 년 사이에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으로 넘쳐 나게 된 것이다. 불과 몇 년 만에 이렇게 변한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고래상어들이 떠나지 않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번잡해지지 않을까.
당연히 그렇게 변해 있을 것이다.
그런 변화가 마음에 들지는 않아도 그리 나쁘다고 생각지도 않는다.
인간이기에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그렇게 됐다면 더불어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게 아닌가 싶다.
간혹
“그때가 좋았어...”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그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때는 그때대로 불편하고 힘든 일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런 일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니 기억하기 싫은 것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때가 좋았어!" 같은 말이 싫다.
내 과거가 기억할 만큼 행복한 추억이 없어서라기보다 내가 맞이할 미래가 더 기대되기 때문이다.
나는 미래가 좋을 것이라는 것에 대한 환상이 있다.
그것마저 없다면 쇠털만큼 많은 시간을 어떻게 버티겠는가.
가끔 그 '미래'라는 것으로 건너가는 과정에는 열심히 달려야 할 때도 있지만 잠시 쉬어가야 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이 언덕을 이렇게 혼자 지나는 것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다. 다음에는 어떤 마음으로
여길 지날지 모르지만 오늘을 기억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나의 과거가 만들어져 가는 것이고....
고래상어 포인트 언덕을 지나며 한 마디 던져 본다.
“고래상어들아 인간들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있으렴..”
(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