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수밀론(Sumilon)을 아시나요?
[세부(Cebu, Philippines) 남부 투어]
#06, 수밀론(Sumilon)을 아시나요?
고래상어 와칭 포인트를 지나서 산고개 위에 서면 멀리 동그란 섬이 보인다.
'수밀론(Sumilon)' 섬이다.
오슬롭 지역이 “고래상어”로 유명해지기 전에는 “수밀론 섬(Sumilon Island)” 때문에 유명했었다.
특히, 물이 빠질 때 나타나는 수미론 섬의 샌드바(Sand Bar, 모래톱)는 대단히 아름답다.
그 모래톱에서 스노클 장비를 하고 바다로 나가면 많은 산호초와 물고기를
볼 수 있고 바다거북이도 자주 만난다. 나는 수밀론 섬에서 처음으로 바다거북이와
악수를 했었다. (물론 녀석은 내 손을 뿌리치고 도망갔다)
이 섬은 아름다운 샌드바(Sand Bar, 모래톱) 때문에 필리핀의 부자가 딸에게 선물로
사줬다는 말이 있다. 또한 예전에 일본인이 주인일 때는 “누드 비치”가 있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떠 돈다. 모두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손님들과 새벽에 세부를 출발해서 오슬롭에 올 때면 이런 전설 같은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곤 했다.
수밀론 섬(Sumilon Island)을 구글에서 찾아보면 달력 사진 같은 아름다운
사진들이 많이 검색된다. “작가들이 찍으면 다 그 정도는 나오지..”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도 않다.
누구라도 휴대폰 카메라만 들이대면 엽서 사진 같은 그림이 나온다.
유럽의 태양 빛이 부족한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곳이 정말 환상의 섬으로 보일 것이다.
코발트 빛 바다와 흰 백사장, 물속에는 산호초가 가득하고, 휘어진 야자수가 해변에 드리운다.
수밀론 섬은 사람들이 꿈꾸는 열대의 풍경과 가장 흡사하게 생겼다.
그래서인지 샌드바(모래톱)에는 비키니에 선텐을 즐기는 관광객이 항상 많다.
그런 광경을 맞닥뜨리면 예전에 “누드비치”가 있었다는 소문이 왜 생겼는지 얼핏 이해가 되기도 한다.
수밀론 섬에는 “수밀론 블루 워터”라는 유명한 리조트가 있는데 휴양을 목적으로 하는
관광객에게는 인기가 많은 곳이다. 외딴섬에 있는 고급 리조트이니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아주 적당한 곳이라 할 수 있다. 여기 묶었던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일몰 때의 전경은 정말 환상이라고 한다.
처음 여행사에서 “오슬롭 투어” 상품을 만들 때는 “수밀론 블루워터”에서 뷔페로
점심을 먹는 스케줄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그리 오래가지 못하고 사라졌다.
일단 비용이 너무 비쌌고 수밀론 섬에 들어갔다 나오면 시간이 오래 걸려 세부로
돌아오는 시간이 많이 늦어지기 때문이었다.
가끔 '오슬롭 투어' 손님 중에 '수밀론 샌드바'를 한 번 가보자고 하는 손님들이 있다.
이렇게 알고 말하는 손님을 만나면 할 수 없이 넘어가 빠르게 사진만 찍고 나올 때도 있지만
가이드들은 되도록이면 손님들이 수밀론에 대해서 모르게 하려고 한다.
어쩌다 수밀론을 들어갈 때면 난 늘 이런 생각을 했었다.
"여기서 한 번쯤 사랑하는 이와 일몰을 보고 싶다."
수밀론에서 '블루워터'에서 묵는 것은 내가 세부에서 꼭 해보고 싶은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일상'의 다른 말은 '반복'이다. '반복'의 반대말은 '일탈'이다.
'반복'은 '하고 싶은 것'은 없애고, '해야 할 것'만 남긴다.
'해야 할 것'만 하면서 살다 보니 내가 무엇이 하고 싶은지를 잃어버렸다.
밥 먹고, 잠자고, 숨 쉬며 살다가,
가끔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기는 한가?" 하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리고,
“그거 해서 뭐 하게? 애들도 아니고..”
이런 말을 스스로에게 하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 새벽 집을 떠나기 전 자동차 옆 거울에 비친 초췌한 녀석도
내게 이런 소리를 했었다.
“뭐 하냐? 거기서!!!"
"그럴 거면 한 번 떠나보기라도 하던지!!!"
길을 떠나는 것 = 여행 = 일탈(逸脫, Escapade)
(6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