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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네그로스(Negros)를 향하여...

#04, 네그로스(Negros)를향하여...

by 벼랑끝

[세부(Cebu, Philippines) 남부 투어]

#04. 네그로스(Negros)를 향하여...


오슬롭 성당의 벤치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다.


벼랑끝: 안녕하세요, ‘벼랑 끝..’입니다. 잘 지내시죠.

김 선생: 어이쿠, 오랜만입니다.

벼랑끝: 어떻게 지내세요?

김선생: 저는 뭐 똑같죠. 애들 가르치고, 퇴근하면 술 마시고..

허허허...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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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선생은 몇 달 전에 세부로 혼자 여행을 온 사람이다.

우연히 알게 되어 내 차로 막탄 구경을 시켜줬는데 그때 헤어지면서 내게 시간 될 때 "네그로스

바이스시티"로 한 번 놀러 오라는 말을 남겼었다.


뜬금없는 전화에도 오라고 하는 걸 보니 그때 한 말이 빈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어 그랬을 수도 있다. 어쨌든 오늘 밤 잠잘 곳은 구했으니 다행이었다.

bdfe4e1c318fa8b357d6a12e85adbb45.jpg 오슬롭 읍내 세븐 일레븐


목적지가 생겼으니 이제 그곳에 갈 방법만 찾으면 된다.

김 선생님은 “네그로스(Negros) 섬”의 “바이스(Bais) 시티”에 사는 '해외 협력단'의 단원이다.

“네그로스”는 세부 북쪽에 있는 큰 섬이다. 그러니 ”바이스 시티“로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한다.

들은 바로는 세부에서 버스를 타면 차에서 내리지 않고 “네그로스 섬”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배에 버스를 싣고 넘어가기 때문이었다.


오슬롭 성당을 출발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오슬롭 읍내에 도착했다.

필리핀에서는 도시의 규모(?)를 정하는 기준이 있다. 물론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지만

일리가 없지는 않다. 예를 들면 ‘세븐일레븐, BDO(은행), 졸리비(패스트푸드 체인)’ 등이 있으면

그나마 자리가 잡힌 도심으로 취급해 준다.


예전의 오슬롭에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제 오슬롭 읍내에 세븐일레븐이 생겼다.

"오슬롭" 읍내가 시골 동네에서 한 단계 격상한 것이다. 여행사에서 처음 오슬롭 투어를 진행할

당시는 4시간 가까이 차로 이동하는 동안 이렇다 할 휴식 공간이 없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전날 잊지 않고 간식거리를 사야 했다. 그런데 이제 오슬롭 읍내에 이런 곳이 생겼으니

모두에게 훨씬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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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븐일레븐에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비 내리는 거리를 보며 커피를 마셨다.

편의점에 앉아 거리를 돌아보니 관광객들이 스노클링 장비를 들고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고,

학생들이 비를 맞으며 등교에 여념이 없었다. 세상 어디나 사는 건 똑같은 것 같다.


54e3374bebc4f8a3a3ef03f0fe649424.jpg 오슬롭 초등학교 비 오는 등굣길

길을 떠난다고 걱정거리가 사라지지 않는 걸 안다.

문제는 현실에 있는데 문 밖에서 답을 찾는다고 해답이 나올 리가 없다.

그걸 알면서도 인간이기에 계속해서 문밖에 답이 있을 거라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마냥 다른 세계로 가보고 싶은 것이다.


이렇게 다른 시간대로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을 누군가 '자유(自由)'라 했다.

'여행'은 '자유'를 경험하는 입장권이다.


"'자유'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예전 어떤 라디오 방송의 멘트가 떠오른다.




(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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