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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짱 Feb 04. 2020

1년 8개월의 기록 <4>-인도(2)

네 얼간이의 판공초 바이크 여행

 인도의 수도 델리에서의 여행을 마친 후 나는 드디어, 영화 세 얼간이의 배경이었던 해발 5000미터에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판공초라는 곳을 바이크로 여행하기 위해 또 다른 여정을 시작했다. 판공초까지 가는 길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기에, 우리는 세계 3대 히피들의 성지인 마날리라는 도시에에서 잠시 머물렀다.


- 마날리 : 전 세계에서 온 특이한 사람들이 머무르는 도시


 사실 마날리라는 도시는 판공초가 위치한 '라다크(LEH)'라는 지역을 가기 위해서 거의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들렸다가 가는 곳이기에, 나와 인도 크루 들은 다 같이 인도 마날리에서 잠시 휴식을 즐기기로 했다. 인도 역시 중국 못지않게 땅이 워낙 넓은 나라이기에 지역별로 너무나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내가 잠시 머물렀던 마날리라는 곳은 2가지가 유명했다, 바로 마리화나 그리고 유황온천. 길을 가다 보면 보이는 카페에서 유럽에서 온 많은 여행자들이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마리화나를 피워대며 반쯤 눈이 풀린 채 기타를 연주하고 뭔가 예술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토종 한국인이었던 나였기에 그러한 모습들은 적잖은 충격들로 다가왔고, 같이 여행을 하는 한국 여행자들 역시 그러한 눈치였다. 마날리라는 곳을 나는 솔직히 인도 여행을 와서 처음 들어보았지만, 여행 꽤나 오래 하고 히피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여행지였다.  또 다른 이 지역의 유명한 것은 자연 유황온천이다, 나와 일행들은 매일 스크터를 빌려 도시 이곳저곳을 휘집고 다니고 그렇게 노곤해진 몸을 매일 온천에서 인도 현지인들과 같이 달래곤 했었다. 마날리에서 역시 많은 그리고 특이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중에 일부는 우리의 일행이 되어 그다음 일정인 라다크로 같이 떠나게 된다. 


- 라다크 :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력은 피어난다


 판공초가 있는 라다크라는 지역을 가기 위해서 우리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편은 인도 로컬 버스였기에 이른 아침 우리는 마날리에서 라다크의 중심지 레(LEH)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하지만 무려 52시간 정도의 버스 일정을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출발하기 전에는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거만한 태도를 보였지만, 막상 버스를 52시간 타보니 거의 호주 악어농장에 버금가는 육체적 피로가 몰려왔다. 고산지대를 통과해야 하다 보니 몇몇 인도 현지인과 여행자들은 고산병 증세에 끊임없이 끙끙 앓는 소리와 구토를 해댔으며, 내 옆자리의 인도 사람은 구토를 하다 하다 지쳤는데 내 어깨에 기대어 곤히 잠들며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그렇게 총 이틀 이상의 시간에 걸쳐, 드디어 내가 인도에 오기 전 그렇게 바라왔던 레라는 도시에 도착하였다. 라다크 지역은 사실 영토상 인도에 속해있는 거지 풍경, 민족, 생활습관 그 모든 게 인도가 아닌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느낌이었다. 지역 자체가 고도가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였는지, 구름 한 점 없는 유난히 맑은 하늘, 선선하게 불어오는 공기, 천친난만하고 까무잡잡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아이들,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과 지역주민들이 만들어내는 오묘하면서도 친근한 분위기 그 모든 게 선진국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완벽한 여행지였다. 마을에 도착하여 첫날은 간단히 숙소에 짐을 풀고 지친 몸을 침대에 뉘었다. 그리고 이튿날 마을을 둘러보며 유럽에서 경매에 도전해보기 위하여 골동품 샵을 돌며 제품을 공수하고, 판공초를 누빌 바이크를 찾기 위해 바이크 샵을 기웃거리며 샵 주인들과 친분을 쌓았다. 사실 우리 네 명 모두 다 스쿠터는 타본 적이 있어도, 바이크는 타본 적이 없기에 사실 초반에는 우리 바이크 여행하다가 사고 나는 건 아닌지 아니면 고장 나서 못 돌아오는 건 아닌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두려움도 잠시 바이크 시동을 켜고 엔진 소리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상상해버렸다. 우리가 사진으로만 바라 왔던 그 황홀한 풍경 속에 자리하고 있는 모습을... 이미 상상해버린 게 잘못이었다, 남들 다하는데 못할게 뭐가 있으랴라는 마음으로 냉큼 바이크 한대를 빌려와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에게 이틀 동안 개인 교습을 받으며 특훈을 받았다. 그렇게 3일 정도 연습을 하자 우리 네 얼간이 모두 꽤나 바이크 타는 모양새가 잡히기 시작했고 우리는 그렇게 우리가 바라왔던 그 풍격 속으로의 바이크 여행을 출발하게 된다. 



- 판공초 : 가는 길 마저 그림이 되고, 풍경이 되는 그곳


레라는 중심지에서 판공초를 가는 길은 역시나 쉬운 코스가 아니다, 보통의 여행자들은 안전상 그리고 편의상의 이유로 지프차를 빌려서 여행을 하지만 우리는 바이크를 타고 가기에 직접 해발 5300M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도로를 넘고(이때 잠시 정신 잃을 뻔했다), 엎어지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잠시 방심하면 끝없는 절벽으로 떨어지게 되는 좁은 길을 달리고 달렸다. 그렇게 4시간 정도 달리니 또 다른 풍경들이 펼쳐졌다. 푸른 강물이 흐르고, 눈 덮인 산맥들이 주위를 둘러싼 풍경 아니 그림들 속에서 우리는 미치도록 달리고 또 달렸다. 달리는 동안 잘은 모르겠지만, 그 풍경이 주는 장엄함과 황홀감에 그리고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며 내가 직접 그 풍경을 직시하고 있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생명력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총 8시간 정도를 달리고 나니 드디어 인도 세 얼간에서 배경지 중 하나였던 판공초라는 호수에 도착하였다. 판공초와  그 주변 풍경들에 어떠한 미사여구를 붙여도 내 글 솜씨로는 한계가 있기에 대신 사진과 영상으로 대체하겠다. 



우리는 그렇게 도착한 판공초를 단순히 지나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1박을 하였다. 텐트를 치고 모닥풀을 피워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네 얼간이는 그렇게 각자의 생각을 정리하며 판공초에서의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둘째 날 네 얼간이 중 한 명이 일정상 홀로 외로운 길을 먼저 떠나게 되고 우리는 네 얼간이에서 세 얼간이가 되었다. 우리는 둘째 날 판공초를 이렇게 쉽게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깊숙이 들어가 보기로 결정하였고, 인도와 중국의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는 메락이라는 작은 공동체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풍경과 어우러진 마을 사람들의 해맑은 웃음은 이 세상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인간 사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따뜻함 앞에서 인종의 벽은 너무나도 쉽게 허물어져 버렸고, 근심과 걱정으로 점철돼버린 나의 삶을 주위의 풍경들은 너그러이 감싸 안아주었으며, 내가 꿈꿨던 도전을 결국 실천하고 이루어낸 나와 나머지 얼간이들에게 너무나도 감사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그때의 깨달음과 감동이 어느 정도 퇴색되어 또 다시 아직 다가오지 않은 근심과 걱정으로 내 폐를 못살게 굴고 잠에 잘 못 들고 있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고 있지만, 내 생애 그런 순간이 있었다는 점만으로도 그리고 삶의 수많은 순간에서 나머지 얼간이들이 가장 감동스러웠던 순간을 함께 해준 것 만으로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글을 쓰며 잠시 동안 미소 지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판공초 바이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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