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장 프랑수아즈 밀레
나의 별, 너의 별
“우리는 모두 진흙탕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중 몇몇은 별을 바라본다.” -오스카 와일드
나는 내가 가진 작지만 소중한 재능들에 감사해 왔다. 그것들만으로도 내가 태어난 이유와 존재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나 자신의 중심이 무엇인가를 말하자면 그건 나의 재능들로 겨냥할 목표와 성취였다. 이십 대 초반에 계획한 내 십여 년의 목표와 계획들은 비록 늦어지긴 했어도 거의 이뤄진 만큼 순간순간이 신에게 격려받는 삶이었다. 하지만 그 젊은 시절의 경험들을 떠올리자면 그 안엔 외로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별을 바라보며 목표를 쫓아가는 과정은 즐거웠고 성취를 느끼며 노력에 따라오는 행복은 소중했지만 가끔 내 안의 텅 빈 무언가를 느낄 때, 이 채울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것은 말 그대로 공허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은 남편을 만나 가족을 일군 것이다. 내 안의 공허는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내 아이들에 대한 사랑, 우리의 일상으로 채워졌다. 이는 절대 헛되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과연 성장하고 있는가.’
성인이 되어서부터 공부와 일을 병행하며 15년여를 달려오다 딸의 출산하며 나의 하루는 딸을 중심으로 흘러갔다. 육아를 하는 행복감과 그 안의 편안함은 컸지만 이따금 주변의 친구들이 복직해 일하는 모습이나 혹은 내가 끝내 마치지 못했던 공부를 마친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 안에서 불붙는 혹은 부서지는듯한 무언의 감정이 있었다.
최근 내 앞날에 대한 고민을 하며 어린이집에서 받은 입회지에 있었던 부모의 직업란을 생각해보았다. ‘공무원’이라 채웠던 그 빈칸.
딸이 성장할 때마다 적어내야 할 나의 직업으로 적당할까? 혹은 내가 이 직업이 아니라면 나는 무엇을 적고 싶을까? 혹은 이 빈칸을 주부나 공석으로 남겨두는 것은 어떤가? 나는 나의 질문들에 그래도 나의 직업이 우리 딸의 성장에 있어서 최선일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며 나의 직업을 다시 손에 쥐고 나아가기로 했다. 물론 내가 이루고자 하는 작가와 대학강사라는 직업들도 여전히 나의 과녁에 있는 목표이지만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없다면 작가든 대학강사든 끝내 도달하지 못할 화살에 불과할 것이다.
내 나름의 사회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는 모습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삶이 단편적이지 않다는 것, 그저 편안히 혹은 그저 열심히 사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또한 가치 있지 않을까. 타인의 삶이 아닌 너로서, 네가 선택한 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말이다.
십여 년 전 스타벅스에서 공부를 하던 중 내 앞자리에 앉은 모녀를 인상적으로 기억한다. 엄마는 노트북으로 강의자료를 만들며 공부를 하는 듯했고 그녀의 딸은 옆에 앉아 간간히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그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내 미래의 한 장면이기도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딸아이와 스타벅스에 앉아 아이의 학습지를 도와주며 나는 여전히 그 모녀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딸이 나를 보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 내가 이 생활에 안주하기만 한다면 내 딸이 과연 나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엄마처럼 클 거야.” 라고 말하는 딸의 말에 “너는 엄마보다 더 멋진 어른이 될 거야.”라고 답하며 딸을 멋진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나 역시도 딸을 위해 멋진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나는 과연 성장하고 있는가’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는 체감하지 못하지만 나는 지금도 앞으로도 별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다만 이젠 가족 모두를 비추는 별을 바라본다.
다시금 앞날을 계획해 보며 나뿐만이 아닌 남편과 두 아이의 성장 안에서 이를 조율하는 것도 꽤나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기도 한다. 내 개인의 욕심을 넘어서 가족의 풍요와 행복을 위해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여유와 누군가의 삶을 지지하고 받쳐줄 수 있을 수 있음은 참으로 감사한 일인 것이다.
내 앞에 앉아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내 나머지 삶을 너에게 걸고 너를 지켜줄 수 있기를.
너에게 내가 느껴온 행복을 내어주고 너의 세계를 더 넓힐 수 있기를.
나의 빛나던 청춘을 너에게 스미고 네가 그 안에서 더 찬란한 청춘의 빛을 머금을 수 있기를.
이따금씩 어둑해진 밤길에 집으로 돌아올 때면 딸아이는 하늘을 보며 별을 포착해내곤 한다. 밀레의 그림 속 별처럼 아득히 멀고 찬 공기를 내뿜는 어둠 속에서도 우릴 위해 온화한 빛을 내는 별.
우리가 바라보는 이 별의 빛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한다. 모두가 순수하게 빛날 그 별을 꿈꿀 수 있었으면 한다. 그리고 사랑 속에서 찬란한 빛을 머금으며 별이 있는 곳에 함께 거닐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