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불러!

요양 병원의 밤

by 최희정

요양병원의 밤은 조용하다. 특별히 아프신 분이 없으면 나도 발걸음 소리를 죽여가며 살금살금 병동을 순회하고 손전등 불빛도 약하게 한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밤이었다. 301호 병실 쪽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잠시 귀를 기울였다. 작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살금살금 걸어 병실로 갔다. 할머니 한 분께서 병실을 막 나서고 계셨다.


오후 근무자가 아직 안 주무신다고 인계를 해준 환자였다. 다른 병실에 가서 빈 침대에 누워 계셔서 할머니 자리로 모셔다 드렸다는 말도 있었다. 다시 또 그 병실로 가시려고 나오시는 것 같아 얼른 팔을 부축해서 할머니 자리로 모셔다 드렸다. 늦었으니 주무시라고 누우시라고 해도 할머니는 침대 밖으로 다리를 내리고 앉아 누우려 하지 않으셨다. 금방이라도 다시 일어나실 것 같다.


흉추골절로 입원하셨고 이래저래 혼자 걷는 게 불편하셔서 평상시에는 워커를 이용하시는 분인데 워커도 없이 자꾸 그냥 일어나시려고 하신다. 그냥 두고 나왔다가 넘어져 낙상사고라도 생길까 봐 불안해서 주무시라고 잘 달래서 눕혀드리고 이불을 덮어드리고 병실을 나왔다.


5분도 안 지나서 뒤통수가 서늘한 기분이 들어 복도를 기웃 쳐다보니 그분께서 다시 병실을 나오고 계셨다. 너무 놀라서 후다닥 뛰어가 부축을 해서 침대로 모셔다 드렸다. 신을 벗겨 드리고 누우시라고 했지만 요지부동 가부좌를 틀고 앉아계신다.


'아까 낮에 으사가 여가 침대 밑에 돈 들었다고 하더만. 나보고 그거 잘 간수하래. 아 근디 병원에 입원한 내같은 할망구가 뭔 돈이 필요하겄어. 있으믄 성가시기만 하쟤. 글고 내 돈도 아니자녀. 괜히 내가 가꼬 있다가 의심받으믄 어쪄. 긍게 경찰 불러.'


옳다구나 싶었다.

'할머니 경찰 불러 드릴 테니 올 때까지 잠시 누워서 쉬세요.'


그럴까 하고 누우시던 할머니께서 머리가 베개에 닿기 바로 전에 다시 일어나 앉으신다.


'경찰 왔는데 나가 자고 있으믄 그건 아녀, 이라고 기다리고 있을라요'


아아아 잔꾀를 쓰려다가 일이 더 커졌다. 내가 할머니 곁을 떠나면 다시 일어나 나오실 것이 뻔한지라 하염없이 할머니 곁에 지키고 서 있었다. 혹시 등을 긁어드리면 가물가물 졸음이 올까 싶어 등도 긁어드렸지만 할머니의 앉은 자세는 꼿꼿하시다. 어두운 방에 있으려니 오히려 내가 졸리다. 이 일을 어찌 수습해야 하나 난감한 채로 시간은 흘러갔다. 할머니께서 조용해지시길래 혹시 졸고 계신가 얼굴을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니 경찰은 왜 아직 안 오냐고 하신다.


하염없이 시간은 흘러 한 시간이 지나고 자정이 가까워온다. 내 머릿속에는 밀린 일들이 둥실둥실 떠다니고 오늘 밤 이 상태로 계속 안 주무시면 어쩌나 걱정이 밀려왔다. 결국 자정이 지났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쉬어지는데 할머니께서 갑자기 화를 내신다.


'아니 경찰은 왜 늙은이 잠도 못 자게 늦은 밤에 온다해싸요? 낼 낮에 오라 하슈 낼 오후 3시 그때 오라고 전화하슈'


아하하하 할머니께서는 졸음을 참고 경찰을 기다리고 앉아계신 것이었다.


'네, 네. 내일 낮에 오라고 전화할게요! 지금 가서 전화하고 올게요. 누워 계셔요.'


전화하러 가는 척 얼른 병실에서 나왔다가 1분도 안 지나서 다시 들어가 보니 할머니께서는 이미 이불을 다시 고쳐 덮어 드려도 모를 정도로 곤히 잠들어 계셨다. 참 어이없이 이렇게 간단히 해결이 되다니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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