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복도
십 분 전
'너무 배가 고파서 서울로 올라왔지. 저기 아현동 굴레방다리 옆 동네 거기서 떡볶이 팔았어요. 분식집 했거든. 그걸로 집도 샀지.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지. 조만간 나 데리러 온다고 했어.'
십 분 후
'아이고, 간호사 선생님 오늘은 일찍 나오셨네요. 이제 새벽 여섯 시인데 벌써 출근하셨네. 그럼 고생하세요. 저는 여기 복도 열 바퀴만 더 돌고 들어갈게요.'
길지 않은 병동 복도
한 바퀴 돌면서 배고픈 고향 전라북도 정읍을 걷고
세 바퀴 돌면서 아현 굴레방다리 아래에서 떡볶이를 끓이고
다섯 바퀴 돌면서 새로 산 집으로 이사를 하고
일곱 바퀴 여덟 바퀴 아홉 바퀴를 돌면서
아내를 기다리는 88세 김무한 씨 앞에서
나는 오늘도 두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