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곳에서 된장이 왔다. 3 년인가를 간장에 묵힌 메주를 건져 만든 된장이란다. 아주 맛이 좋다고 자랑을 잔뜩 하셨다. 머릿속으로 이 된장 한 통이 내 손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거꾸로 되짚어 본다.
동그랗고 단단한 콩 한 알에서 시작된 일이다. 농부가 흙에 심고 길러 거둔 콩에서 시작된다. 콩을 삶고 빚어 메주를 만들고 띄운 후 때에 맞춰 소금물에 담가 오래 기다려 얻은 것이 된장이다. 말린 콩을 속이 무르도록 잘 삶은 후, 다시 덩어리로 빚어 잘 말리고, 진한 소금물에 오래 불려 물큰해질 때 건져 치대 된장이 되었다. 딱딱한 것이 물렁물렁해졌다가 딱딱해지고 결국 물렁물렁해졌다.
된장이 되는 메주를 건지고 남은 짠물이 간장이다. 속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커멓다. 누가 준 집간장 한 병을 오래 먹었다. 식구가 적어 자주 쓸 일이 없어 거의 십 년을 먹었다. 간장을 다 먹어갈 때 유리병 안에서 덩어리 몇 개가 나왔다. 물에 헹궈 들여다보니 보석의 결정 같았다. 불투명한 육면체의 켜로 이루어진 소금 결정과 달랐다. 투명하고 연한 갈색으로 아주 단단한 결정을 이루고 있었다. 짠 시간을 오래 눌러 결정이 되었다,
길 없는 막막한 시절도 눈물을 누르고 오래 견디면 결정으로 남으려나. 시커먼 얼룩 다 걷어내고 나면 간장 속 소금 결정처럼 말갛고 단단한 덩어리 하나 남으려나. 그런 것 하나 남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제 막 콩을 사러 나선 길이다. 장을 담가 본 적이 없다. 솔직히 아직 어느 콩이 좋은 콩인지 구별도 못 한다. 하지만 이미 나선 길이니, 장터에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구경하다 보면 알게 되겠지. 오래 메주를 빚고 장을 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다 보면 좋은 콩을 얻게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오늘도 콩콩거리는 가슴으로 랄라랄라 장 구경 나선다. 보석이 될 콩 한 알 얻으러 나선다.